산으로 간 고등어
조성두 지음 / 일곱날의빛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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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는 너무나도 흔한 물고기였는지, 아니면 한국인이 사랑하는 물고기였는지..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어느날 아쿠라이움에 갔을 때, 커다란 수조를 빙빙 도는 고등어떼를 보고서 아니 온갖 희귀한 물고기들이 있는 이 곳에 웬 고등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고등어는 바다에서 나오면 금새 죽는단다. 그래서 이런 수조에서 기른다는 것은 매우 힘든일이라고 한다. 그러니 살아 있는 고등어를 봤으니 행운이 아니었을까.

또 짝이란! 어찌 고등어 한 손이 그냥 나왔겠냐? 속 창시를 다 빼내고 빈 마음으로 서로의 몸 딱지를 받아들이는 거지.(p.176)

무심결에 고등어 한손은 두마리를 세는 단위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속을 다 비워내고 빈 마음으로 서로의 몸 딱지를 받아들인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큰 고등어가 작은 고등어를 온 몸으로 받아들인다는 것. 어머니에서 딸로 이어지는.. 모든 것을 품어주는 어머니의 인생에 관한 것이 아닐가도 싶다.

이 이야기 시작은 신앙의 박해를 피해 산에 숨어살던 초향이서부터였다. 봇짐장수 아들 서원이 초향의 첫사랑이었다. 둘은 부부의 연을 맺었지만 초향을 싫어했던 시어머니의 신고로 초향의 산골동네는 발각이 되었고, 부모님은 처형당한다. 아이를 잃고 시모의 신고로 말이암은 것을 안 초향은 원이 곁을 떠나게 된다. 청송으로 숨어들었던 초향은 자신을 구해준 노총각 박춘삼과 연을 맺고, 딸 송이를 낳게 된다.

춘삼이 죽고 나서 초향은 송이는 경성으로 자리를 옮긴다. 신여성으로 자란 송이는 자유연애를 하던 민영민에게 겁탈을 당할 뻔하지만 그녀를 도와준 이는 기생 녹주였다. 3.1운동 관련자들을 잡아들이는 일에 앞장섰던 민영민은 송이를 엮으려 했지만, 끝끝내 녹주는 그녀를 구해내고, 송이는 요한과 결혼을 하며 상하이로 떠나게 되며, 이야기는 그녀의 딸 유화에게로 이어지게 된다.

병인박해를 시작으로 일제강점기와 광복, 그리고 6.25 전쟁을 겪는 3대에 걸친 이야기다. 당시를 살았던 초향, 송이, 유화의 모습에서 여성들의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고, 어머니에서 딸로 이어지면서 온몸으로 끌어안고 보살피다가 먼 바다로 나서는 고등어처럼 세상으로 내보내는 어머니의 모습들을 오롯이 느낄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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