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미래를 세탁해드립니다
정욱 지음 / 북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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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31일... 코로나 때문에 3년만에 재개된 보신각 타종이었다. 새해에 대한 설레임, 또 다른 시작이라고 여겨질 만한 시간이지만, 태오는 그러지 못했다. 그는 먹고 살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생계형 직장인의 인생이 아니라 회사는 취미로 다니는 우아한 삶을 살고 싶었다. 하지만, 고객의 돈에까지 손을 대서는 안되었다. 횡령... 태오를 옥상 가장자리까지 끌고 왔다. 모두 잘 살아라. 나는... 옥상에서 발을 뗀 순간부터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30층 건물에서 몸을 내던진 태오는 자신의 자취방 침대에서 눈을 떴다. 그런데 지금은 2018년이란다. 증권회사로 출근을 앞둔 2018년. 태오는 쾌재를 불렀다. 2018년 오늘은 여자친구 미연과 데이트가 있었다. 다시 리셋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흥분했다. 하지만 그 흥분은 미연을 만났을 때 모든게 깨져버렸다. 태오만이 아니라 모두 5년전으로 리셋되었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도 몰랐다. 정확한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리셋전까지의 일은 없던 것으로 한단다. 하지만 기억은 어쩌랴. 예정대로 태오는 회사에 입사하고 출근했지만, 그의 횡령사실을 알았던 동료들의 시선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태오는 퇴사했다. 그리고 자신 때문에 자금이 동결되었던 찬신이 찾아온다. 자신과 함께 미래를 세탁하는 일을 제안한다.

이 이야기는 여느 이야기와는 다르다. 혼자만 미래의 기억을 간직한 채 5년전으로 돌아 갔더라면 식상한 이야기가 될 뻔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기억을 간직한채 함께 리셋되었다. 그런데 부작용도 일어났다. 5년동안 일어났던 일은 없던일로 하기로 했기 때문에, 가령 직장내 갑질을 해서 퇴사했던 사람은 돌아와 교묘하게 똑같은 짓을 한다. 하지만 트집잡힐 일들을 하지 않는다. 사고로 사망했던 사람들도 다시 살아났다. 하지만 태어나야 했던 아이들은 태어나지 않았다. 리셋전의 일들을 기억하기에 리셋후에 그런 일들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선수치는 일들이 생긴다. 그래서 억울한 사람들이 생기게 되었다. 그렇다고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세탁소에 사람들은 찾아온다.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작가는 "마스크 없는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다(p.269)"라는 말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세상은 멈추었고, 행동엔 제약이 생겨버렸었다. 그래서, 그 이전의 세상이 그리웠었다. 하지만, 만약에 이제 연말이 되고, 새해가 시작할때 다시 5년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떻겠냐고 물어본다면.. 지금은 잘 모르겠다. 작년에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돌아가고 싶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머뭇거리게 된다. 낯선 2024년이 될 것 같지만, 그래도 리셋되는 것보다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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