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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마동주 지음 / 닥터지킬 / 2023년 11월
평점 :
딸은 약이 든 음료수를 먹고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났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인지하지도 못했다. 하혈을 하고 나서야 몹쓸짓을 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CCTV 영상도 없고, 정확한 물증 또한 없다. 사건 조사는 지지부진했고, 가해자는 변호단을 꾸려 대응했다. 결국, 그는 뉘우치지도 않고 집행유예를 받아냈다.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딸은 우울증에 빠졌고, 좋아하는 인형을 안고 아파트 발코니에서 몸을 던졌다. 그렇게 아빠는 딸을 잃었다. 엄마는 딸을 잃은 날 심장이 멈춰버렸다. 아빠는 복수를 결심했다.
그런 생각을 했다. 만약, 내가 이 책의 부모 입장이 되었을 때, 가해자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받는다면 나의 고통과 분노에 대한 보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엄마와 긴 이별을 했다. 그 전에는 몰랐는데, 내가 엄마를 잃고 나니 그동안 내가 했던 위로가 얼마나 얕았는지 알게되었다. 실제로 경험하지 못했을 때는 그 심정을 어찌 알까. 나는 범죄의 피해자가 혹은 가족이 한번도 되어 본 적이 없다. 내가 어찌 이 소설 속 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과연 우리의 법에 의한 형벌이, 피해자가 겪는 심신의 고통을 위로해줄 수 있을까. 늘상 이런 이야기를 읽다보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과거의 법들이 더욱더 피해자를 생각해주고 사소한 범죄라도 엄벌을 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날이 갈수록 범죄는 잔악해지고, 촉법이라는 제도 때문에 그것을 악용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정말로 심각하게 이 솜방망이같은 처벌의 법에 의한 집행을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