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 도쿄 하우스
마리 유키코 지음, 김현화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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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는 관찰 예능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연예인이든 일반인이든... 지상파, 종편, 유투브 채널까지.. 예전에는 가끔 연예인들의 일상은 본 적이 있었으나, 할 일없이 남의 일상을 왜 지켜보나라는 생각때문에 잘 보지 않는편이다. 아기판다 푸바오의 일상이면 또 모를까.. 게다가 일반인이 예능에 출연하고, 그들의 가십거리 기사까지 접해야 하는 일상이 참으로 난감스럽다. 다만, 그런 관찰예능이라도 책 속 이야기라면 매우 관심있게 봐줄 수 있다.

G방송국 개국 60주년 맞이하여 독특한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바로 현대 가족들이 1961년의 단지를 재현한 곳에서 3개월간 생활을 하는 것이다. 물론, 생활은 모두 당시 1961년과 똑같은 상황인 것이다. 3개월간 체험에 성공하면 500만엔의 출연료를 준다고 한다. 이 얼마나 매력적인 제안인가. 그야말로 나의 생활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만, 현재처럼 편리하지 않겠지만서도.. 잠시 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서류 및 면접 전형까지 진행되며 최종적으로 두 가족이 선발된다. 두 딸과 함게 알뜰살뜰 살고 있는 나카하라네와 전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이와 지금 남편사이에서 낳은 아이가 있는 고이케네이다. 두 가족은 다른 가명들과 함께 주어진 설정을 수행하면서 생활을 하면 된다.

하지만 생각만큼 체험은 그다지 쉽지는 않았다. 비교적 부유한 집 설정인 고이케네와 부족한 것이 많은 나카하라네. 며칠이 지나 안정을 취해가자 식상함에 제작진은 두 집의 부부들에게 "체험을 중도에 그만두면 출연료 지급이 없다"라는 계약서를 내밀며 불륜을 연기하도록 종용한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리얼리티를 내세우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본이 있다는 것을 이해는 하겠지만, 불륜은 좀 심한 것이 아닐까. 자극적인 소재를 일반인 출연자에게 출연료를 빌미로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단순하게 소설속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에서 소설보다도 과한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곤 한다. 급기야 코히키네 맏딸이 실종되었다가 살해된 채 발견되고야 만다. 살인사건까지 접한 스탭들이나 출연자들은 모두 혼란스러워진다. 설상가상 이 단지에 1961년 발생했던 살인사건과 유사한점이 밝혀지면서 어디까지가 실제상황이고, 어디까지가 시나리오인지 모호하게 된다.

언젠가 마리 유키코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이야미스'라는 장르를 개척했다고 했는데, 이 < 1961 도쿄 하우스 >도 그런 장르일려나. 이야미스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불쾌하고 찜찜한 이야기를 파고듦으로써 읽는 사람의 기분까지 나락으로 끌어내리는 추리 소설 장르라고 하는데, 이 이야기는 그런 느낌은 들지 않는다. 어차피 장르소설이라는 것이 잔혹한 사건들이 많아 불쾌하고 찜찜한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가족을 잃은 슬픔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사건과 관련없는 사람들을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 옳은가는 곰곰히 생각해봐야 겠다. 타인의 아픔까지 끌어내서 진실을 알아야만 하는 것일까. '리얼 관찰 예능'이라는 이름아래 우리는 타인의 삶을 어디까지 파헤쳐야 하는지 의문이 들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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