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호 아이 - 이수경 작가가 들려주는 용기와 희망의 동화
이수경 지음, 오상민 그림 / 명주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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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11편의 단편 동화가 담겨져 있다.

「신지우 그리고 장유빈」에서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받는 지우가 있었다. 유빈이냐며 전화하는 한 할머니, 아니라고 전화를 끊었지만 곧이어 또 전화가 온다. 지우는 다시 확인해 보시라고 했다. 이 책이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은 친구들의 이야기"라는 작가의 메세지를 확인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기에, 예전 내 기억이 떠올랐었다. 잘 못 걸려온 전화였는데, 아니라고 하는데도 자꾸만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분노지수가 슬슬 올라오고 있었다. 혹시 전화번호가 잘못 눌렸을까봐서 몇번에 전화하셨냐고 물어도, 좀 전에도 전화를 했었다며 자꾸만 확인하고 전화하고 했다. 나는 핸드폰이 생긴 이래 한번도 전화번호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분명 전화번호를 잘 못 알고 있을테다. 급기야 상대는 나를 폭발시키고서야 전화번호를 말했고, 번호를 착각했던 것이었다. 분명 잘못 걸린 전화라는 것을 알았지만, 지우는 자신을 손녀처럼 대해주는 할머니를 외면할 수 없었다. 일로 바쁘신 부모님 탓에 지우는 따듯하게 통화해주는 할머니가 좋았다. 그런데, 엄마에게 들키고 말았다. 도대체 누구랑 이렇게 통화를 하는 거냐며 추궁(?)당했다. 그 할머니는 가족들은 미국에 있고 요양원에 사시는 치매가 걸린 할머니셨다. 사연을 알게된 엄마는 주말에 요양원으로 봉사활동을 가기로 했다. 지우는 할머니와 계속 통화할 수 있게 되었다.

< 아파트 >라는 강풀작가의 이야기에서도 공포스럽던 이야기 속에 홀로 외롭게 떠난 이들의 이야기였다. 마지막에는 참 애잔했었는데, 이 이야기에서도 그런 것을 느꼈다. 생에 마지막에 홀로 보내지 않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말이다. 요양원이라는 것 자체를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족의 입장이 되었을 때 큰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은 당해 보지 않고는 모른다. 그러나, 요양원에 모셔놓고 찾아가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 무책임하다고 본다. 지우 엄마의 대처는 정말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가족만큼은 아니어도 할머니는 외롭지 않으실테니.. 그리고 지우도 행복할테니 말이다. 우리 세상에도 지우네처럼 따듯한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203호 아이」에서는 자신을 낳다가 뇌를 다친 엄마가 재활병원에 입원해 있는 정우가 있다. 엄마의 치료비 때문에 집은 팔았고, 고시원에 산다. 「형 하나, 누나 둘」에서 늦둥이인 선태가 있다. 30살이 되었을 큰 형은 고등학생 때 교통 사고를 당해 일찍 하늘 나라로 떠났다. 「황윤서 바이러스」에서 윤서는 엄마가 하늘나라로 떠한 초등학교 5학년이다. 이 동화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생활형편이 어렵거나, 가족들이 아프거나 또는 긴이별을 했다. 사실 어른으로서 가족들과 긴이별을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그러니 아이들은 얼마나 힘이 들까. 다행스럽게 동화속에서는 그들을 사랑과 관심으로 감싸주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나 엄마와 헤어져 힘들어하는 윤서가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옷을 잘 갈아입지도 못하는 것을 놀림감으로 전락시켜 버린 여진의 패거리들은 부모부터 혼이 나야 한다. 요즘 선생님들에게 극심한 갑질을 하던 학부모들로 인해 떠들석 하게 하는데, 아마도 동화속 여진무리들의 부모들도 그런 사람이 아닐런지. 무엇이 그른지 아닌지 제대로 교육 시키는 것은 가정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용기내서 윤서를 감싸는 아이들이 있어 행복했다. 그런 용기있는 아이들이 동화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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