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아이사카 토마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 또 이런다. 이상하게도 나는 저자가 자신의 국적과는 다른 나라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에 어째 익숙하지가 않다. 물론, 해외를 배경으로 쓸 수도 있지만서도 말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여러편을 읽고나니 이제 좀 익숙해지긴 했어도, 이 소설은 2차세계 대전 당시 소련과 독일의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소련의 여성 저격수에 관한 이야기이다. 일본 서점 대상 1위라는 문구를 보고 시작을 했는데, 이름은 전혀 일본인이 아니라서 읽으면서도 자꾸만 저자를 확인했다. 나의 이 이상한 고정관념은 언제나 극복되려나.

작가는 "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국가 중 소련만이 그 많은 여군을 전투병으로 동원하였는가?'라는 오랜 의문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나라가 위태로워지면 남녀노소 가릴 것이 어디 있을까. 나라가 존재해야지만 개인도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전쟁속에서 여성에게 행해지는 형태는 이루말 할 수 없이 잔인하다. 그녀들에게 죽기 직전까지 가해지는 폭행은 과거에서나 현재에서나 크게 다를바 없다. 이 책에서도 저격병으로 훈련받아서 사지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마지막에 그들을 대하는 태도는 참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 전쟁은 남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러기에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본 이 소설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도 싶다.

독소전쟁이 한창이던 어느날, 세라피마는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을 급습한 독일군에 의해 눈앞에서 엄마를 잃게 된다. 살아남은 세라피마를 유린하고 살해하려는 독일군에게서 그녀를 구한건 저격병 출신의 붉은군대 지휘관 이리나였다. 그녀가 세라피마에게 던진 질문은 하나였다. "싸울 것인가, 죽을 것인가?" 죽고싶다는 세라피마의 독기를 끓어 오르게 하고싶었던 것일까. 죽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며 이리나는 세라피마의 엄마의 시신을 모욕하고 집을 불태운다. 세라피마는 엄마를 쏜 독일군과 이리나를 죽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이리나의 제자가 되어 저격병으로 길러진다.

함께 저격병으로 길러진 동료들은 꽤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격전지에서 일찍 전사하기도 한다. 그리고 전쟁의 실상을 천천히 깨닫게 되며 무엇을 위해 싸우게 되는가에 고민하게 된다. 저격병으로 용감하게 전장에서 싸웠지만 정작 그녀들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전쟁영웅임에는 분명했으나, 그리고 남성들과 똑같이 전쟁 경험으로 인한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렸음에도 그녀들은 철저히 배제된 것만 같다. 전쟁이 막을 내리고 오랜 세월이 지나 나이든 세라피마의 모습을 보면서, 왜 인간들은 전쟁을 하는가 의문을 가지게 된다. 누구의 이익 때문에 평범했던 사람들이 총부리를 겨누며 싸워야만 하는지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