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중의 정원
김다은 지음 / 무블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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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을 때, 맨 앞의 작가의 말을 읽지 않았었는데, 소설을 다 읽고나서 읽어보니 꽤 독특한 이력이 있었다. 2010년 < 모반의 연애 편지 >라는 이름으로 출간이 되었었는데, 아쉽게도 출판사가 부도를 맞으면서 출간되지 1년만에 판매가 중지 되었다고 한다. 10년이 지난 후 한 독자가 '훈민정음 언해본'에 관한 자료를 찾다가 < 모반의 연애 편지 >가 이를 다룬 대표적인 소설로 등재되었는데, 도무지 구할수가 없다고 토로했다는 것이다. 그 독자가 아니었다면 이 소설을 정말로 만날 수 없을 뻔했다. 당시 < 모반의 연애편지 >는 84통의 서찰로만 진행되는 서간체 소설이었는데, < 덕중의 정원 > 이라는 새 이름으로 출간될 때는 24통의 편지만 남기고, 나머지는 산문체로 구성했다고 한다.(작가의 말(p.4,5) 참고)

중간 중간에 등장인물들이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면서 사건의 내막을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 꽤 쏠쏠한 재미를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내가 예전에 읽었던 <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이 이렇게 편지와 메모로만 이루어진 책이었는데, 꽤 형식이 독특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나라 소설에서도 이런 형식의 이야기를 만나 반가웠다. 다만, 전부 편지로만 구성되었다면 내 특성상 조금 힘들었을 텐데 중간중간 산문체로 구성되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야기는 세조의 후궁 소용 박씨(덕중)가 임영대군의 아들 귀성군에게 보낸 연서에서 시작된다. 궁에 있는 여인들은 모두 왕의 여인들이다. 게다가 소용 박씨는 첩지를 받은 후궁이 아니던가. 그런 여인이 궐 밖의 다른 남자에게 연서를 보내다니. 그것도 왕의 조카인 왕족에게 말이다. 선찰을 전달한 환관들은 물론 소용도 죽음을 면치는 못했다. 이때 마지막으로 덕중이 남긴 한마디. "백팔장"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백팔장"의 의문점. 그리고 서서히 밝혀지는 진실들... 세조가 왕위에 오르는 과정은 그렇게 순탄하지는 않았다. 12살의 어린 왕에게 왕위를 찬탈한 것이 아니라 훨씬 더 이전에 모종의 세력과 결탁한 일이라면... 이 소설이 다시 독자들의 앞에 나타난 것처럼 숨겨졌던 진실이 사소한 실수로 인해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꽤 궁금증을 유발하게 한다.

실제로 소용 박씨는 귀성군에게 편지 한통을 썼다가 목숨을 잃었던 실제 인물이다라는 말 때문에 검색을 해봤다. 실제 그녀는 덕중이라는 이름을 가진 후궁이었고, 이 소설은 재탄생 된 이야기이기도 하다. 역사속에 사건은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이 소설에서는 덕중만 죽임을 당하고 귀성군은 살아남은 것은 그가 왕족이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혹은 이 사건은 그 속에 숨겨진 모반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 그저 연서로 끝나야만 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덕중은 진실을 알지 못한채 눈감은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사실을 알았다면 얼마나 원통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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