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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궁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시공사 / 2023년 10월
평점 :
이 책은 2023년 에드거 앨런 포 수상작(최우수 펑소년 소설)이다. 에드거상은 미국의 문학상으로 미국에서 출판하거나 방영된 미스터리, 범죄, 서스펜스 등의 추리 장르 작품들을 대상으로 한다. 요즘 세상 지구촌이라고 할만큼 좁아졌지만, 우리나라 역사를 배경으로 한 팩션 소설이 미국 문학상을 받았다는 것이 어쩐지 낯설다. 하지만 많은 문화콘텐츠에서 우리의 위상이 높은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소개되서 우리의 역사도 관심의 대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특히나 이 소설은 조선왕조의 역사에서 가장 큰 비극으로 알려진 사도세자의 삶을 바탕으로 한다. 어릴적에는 그저 뒤주 속에 갇혀 죽은 가련한 세자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조금씩 역사를 알게되면서 왜 부왕 영조는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지, 무더운 날 뒤주 속에서 사도세자는 또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눈앞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아들 정조는 얼마나 그를 그리워했을지라는 생각하게 되었다. 당시 상황이 꽤 급박하게 돌아갔던 만큼 여전히 우리는 진실이 궁금했고, 또 많은 이야기들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작가는 내의녀 '백현'과 종사관 '의진'을 주인공으로 왕세자와 관련된 사건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추리'를 탄생시켰다.
궁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세자가 노론 손에든, 아버지의 손에든 곧 죽게되리라는... 세자는 나라의 국본이다. 그런데 감히 어떻게 이런 소문이 돌 수 있을까. 게다가 그 밤.. 세자는 동궁전에 없었다. 세자빈에게 불려간 백현은 '전하가 저하를 부르시면 몸져 누워계시다고 고하라'라는 은밀한 명령을 받게된다. 그런데 그 밤... 왕세자가 사라진 밤..혜민서에서 여인 넷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백현의 스승인 정수 의녀가 용의자로 잡히게 된다. 얼마후, 살인사건이 세자의 소행이라는 괘서가 나붙기 시작한다. 우연히 사건현장에서 만난 백현과 신임 종사관 의진은 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과연 이 사건은 정말 세자의 소행인 것일까, 아니면 세자를 음해하려는 이들의 모략일까.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또 다른 의녀들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정수의녀를 살인자로 몰아가는 포도대장. 세자를 끌어내리려는 세력들. 예사롭지 않은 시체의 상흔. 이 자체만으로도 긴장감을 느낄 수 있지만, 당시의 시대적인 배경을 안다면 긴장감을 더 끌어올릴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작가의 짜임새 있는 스토리 구성과 필력으로 정신없이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작가는 연산군을 소재로 한 차기작을 준비한다고 하는데, 다음 작품까지 기대감을 끌어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