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이경 지음 / 래빗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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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케어한다는 것은 참으로 쉬운일이 아니다. 하지만 옛날부터 사회는 "애 키우고 살림하는 건 별 일 아닌 것"으로 치부해왔었다. 하지만 그것이 어찌 별일이 아니겠는가. 신생아때는 2시간마다 젖을 물리거나 사소한 것 하나까지 신경을 써줘야 한다. 언젠가 "신생아 때는 잠만 자기 때문에 할일이 없다"라고 말하던 무식한 남편(?)의 영상을 보고 정말로 경악을 했다.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는 신생아 육아에 지친 젊은 부부가 말동무 기능이 있는 인공지능 젖병소독기의 홀로그램과 만나는 이야기를 담은 이경 작가의 데뷔작이다. 등록된 사용자의 취향에 맞춰서 홀로그램이 설정되는데, 어째서 알렉산더로 설정되었는가 의문이다. 그야말로 젖병소독 역할 밖에 다른 것은 할 수 있는게 없지만, 젖병소독 안해본 사람은 그 심정을 어떻게 이해할려나. 그런데 어느날 자발적 리콜을 하겠다고 공지가 떴다. 근데.. 며칠 알렉산더와 지냈다고 리콜을 고민하게 되었다. 이게 말이 되나?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는 육아휴직후 복직을 하자마자, 중요한 프로젝트가 막 시작하려는 찰나 어린이집이 휴원공지가 내려와 고민인 혜인의 이야기이다. 전염병으로 인해 2주동안 휴원을 한다고 하는데, 남편이 돌아오기는(해외 출장이었나?) 시간이 좀 남았고, 복직한지 얼마 안되서 휴가를 내기도 그렇고, 엄마가 가게를 정리하고 올라와 주겠다고 했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진행이 안된다. 결국엔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아기를 데리고 혼자 내려가는 것도 참 문제다. 그때 친구가 소개해준 '황새송영' 서비스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KTX를 타고 가는 것보다 비싸지만, 읽는 내내 아주 흡족함은 왜 내가 느끼는지... 아마도, 어린 아이와 동행해본 사람이면 다 공감할 테다. 아이가 한동안 클 때 항상 백팩에 온갖 물품을 담고 두 손마저 언제든 준비상황을 만들었던 예전일이 기억나기 때문이다.

이건 그저 SF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를 키우면서 이런 서비스가 충족되면 좋을 것 같다. 자극적이지 않고, 그냥 생활속으로 스며드는 이야기인 것 같아 너무나도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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