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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비하인드
박희종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6월
평점 :
아.. 이 소설 처음 오과장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욕이 막 치밀어 올라서 짜증이 났었다. 범죄소설을 읽다보면 잔혹한 것도 있지만, 물론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적어서라고 해야 하나.. 일어나기는 하지만서도.. 어찌되었든 그냥 소설과 현실을 분리하기 쉬웠는데, 이 책 < 더 비하인드 >의 이야기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이에 오히려 더 섬뜩하다.
오과장은 사내 카페테리아에 비치된 우유를 한 통을 집에 들고 간다. 아내가 아이 우유가 떨어졌다고 한 통 사오라고 했었는데, 금요일에 수도권으로 나가는 퇴근길은 여러모로 힘들다. 게다가 중간 마트를 들렸다 가려면 이 것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문득 보인 카페테리아에 비치된 우유 한 통을 집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자신의 인생을 힘들게 하리라곤 상상을 못했다. 익명의 직징인 앱 '비하인드'에 [카페테리아 우유는 진짜 좀 아니지 않아요?]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익명의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한다. 사실 오과장의 행동이 잘 한건 아니다. 사내 복지를 위해 마련한 공공물인데, 이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가지고 나와서 판매한다는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를 볼때는 잘못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오과장은 이 일을 빌미로 덫에 빠져들고 만다. 익명이라는 가명뒤의 인물에게 협박을 받으면서 그가 요구하는 것을 해줘야 하는 상황까지 일어나며, '번개탄과 수면제는 살아남아도 뇌손상을 입고, 익사는 안 예쁘고, 높은 곳에서 번지점프가 최고'라는 메세지로 자살을 종용하기 시작한다. 결국 오과장은 회사 옥상으로 올라가게 된다.
오과장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얼마나 화가 치미는지 짜증이 밀려왔다. 이런식으로 가스라이팅을 하면서 사람들을 궁지로 몰아가는구나. 무력하게 만들어서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번번히 일어나지 않던가. 자신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죄책감도 없이 타인의 삶을 망가트리는 사람은 정말로 엄벌을 해야 한다. 얼마전 무자비한 칼부림 사건으로 충격을 준 가운데, 인터넷에 여기저기 범행 예고글이 올라왔었다. 잡힌 사람들은 그저 장난이었다고 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죽는법이다. 어떻게 이런 일을 장난으로 혹은 다른이의 삶을 조정하려고 하는 것일까.
물론 이 이야기는 소설이었기에 악인의 정체나 피해자들이 다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과정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다지 그렇게 간단하게 끝나지 않기 때문에 씁쓸한 마음은 가시지를 않는다. 지금도 온라인 세상에서만 용감해지는 사람들을 볼수가 있다. 가면을 쓰지 않고서는 드러내지 못하는 속내는 참으로 비겁하다. 우리는 늘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익명으로 가려져 있더라도 자신의 인간성까지 버리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