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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 - 도시산책자의 마을 여행
박수현.조연진 지음 / 바람길 / 2023년 8월
평점 :
해외를 가거나 국내의 다른 곳들을 여행하기도 하지만, 도시 산책을 하듯 마을을 여행하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은 서울의 '중랑구'를 여행하며 적은 여행 에세이이다. 사실 내게도 '중랑'은 낯설지 않다. 내 어린시절과 고등학생때까지 살았기 때문에 더욱더 이 책이 반갑다. 중랑구도 낯설지는 않지만, 내 생각엔 동대문구도 낯설지 않아서 찾아 봤었는데, 내 어린시절에는 동대문구였다가 1988년 동대문구에서 중랑구로 분리 신설되었다고 한다. 내가 살았던 곳은 중랑천과 가까운 곳이었다. 지금은 중랑천 옆으로 동부 간선 도로가 뻗어 있어서 나도 출퇴근길에 애용을 하지만, 나는 그 도로가 생기기 전을 기억한다.(도대체 내 나이 몇인겨) 당시 냄새도 나고 했어서 '개천'이라는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았었다. 한번은 친구들과 놀다가 물에 발이 빠진 적이 있었는데, 발이 썩는줄 알고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었다. 게다가 동부간선도로가 개통을 하고 야간 자율학습을 하던 나를 부모님이 실어나르기도 했었다.
또 하나 기억이 남는 것은 "망우역사공원"이다. 예전에는 1년에 몇번씩 이곳에 갔었다. 그러니까 '망우리 공동묘지'라고 불뤼었던 시절, 할아버지 산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할머니가 계신 곳으로 옮겼지만 한때는 이 곳에 가는게 전쟁이었다. 한식날과 추석날에 갔으니 엄청난 교통정체 부터 당시 명절때는 일방통행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한용운님의 묘를 본적이 있었다. 묘역이 어딘줄 몰랐는데 나중에 발견을 했다고 했는데, 이미 나는 거기에 있는 줄 알았기에 이 이야기를 들었을때 '내가 발견한 건가?'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망우역사공원"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낯선 곳이 아니고 내가 예전에 살았기 때문에 지도에서도 찾아보고 옛추억에 빠지기도 한다. 중랑역 근처의 시장은 어릴적 엄마 손을 붙잡고 갔었던 곳이다. 그런데 왜 어른이 되서 혼자 갔다는 기억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항상 학교를 배정받고 이사를 갔기에 통학과정이 그리 만만치는 않았다. 중학생때도 이화교를 건너서 신이문역까지 걸어서 전철을 타고 다녔었다. 그래서 이 곳에 언급되는 지명이나 다리 이름도 낯설지 않다. 또한 조금 아쉬웠던 것은 고등학교가 상봉시외터미널 근처에 있었는데, 동서울 터미널이 생겨서 노선이 너무 겹치고 경춘선 지하철이 개통되면서 이용고객을 잃으면서 2022년에 터미널 기능을 폐지하겠다고 했단다. 지금 현재는 원주노선만 운행중이라고 한다.
이 책은 그저 한 도시를 여행한 에세이지만 내게는 옛추억까지 여행을 선사했다. 지도를 찾아가며 어디에 있는지, 나는 예전에 이 곳엘 갔던가라는 생각을 해봤었다. 무더위가 사그라 들면 한번 옛추억을 찾아서 '중랑'에 여행을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