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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빗
고혜원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평점 :
국전쟁 당시 소녀 첩보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작가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 전까지 존재조차 몰랐던 이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실 나도 언제인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한국전쟁은 우리나라 땅에서 일어난 참 비극적인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날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작가는 "일종의 반성처럼, 그 전쟁 뒤에 사라진 이야기들을 재조명하고 싶다(p.261)"고 밝히고 있다.
홍주는 약초를 캔다. 어느날 흰토끼 뒤를 쫓다가 산삼을 발견했다. 행운을 가져다 준 흰토끼. 다시 나타난 토끼를 쫓아갔다. 또 자신을 산삼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줄 것 같은 생각에 절벽 위로 올라갔다. 큰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비행기를 처음 봤다. 저게 말로만 듣던 비행기구나라고 여기는 순간 홍주의 마을은 불바다가 되었다. 그렇게 홍주는 세상에 홀로 남게 되었다.
가족을 잃은 홍주를 살게 해준건 동생의 친구 윤옥이었다. 윤옥은 전쟁이 터지고 나라를 위해 여군이 되겠다고 했다. 윤옥의 어머니는 윤옥을 지켜달라고 홍주에게 부탁했다. 그래서 홍주는 군에 입대하게 되었다. 홍주와 윤옥이 맡은 임무는 피란민으로 위장하여 적진에 침투여 동태를 파악해서 돌아오는 것이다. 작전명 '래빗'이었다.
어린 소녀들을 첩보원으로 선택한 이유는 "가장 효율적인 정보원"이었기 대문이다. 전쟁 중에 어린 여자애들을 의심하지 않고 보호하지 않겠냐는 생각에서였다. 사실 전쟁중에 그 어느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더군다나 래빗들은 군번도 없고, 더군다나 혹시 변절을 했나 의심을 받게 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고 만다. 그런 가운데, 홍주는 뛰어난 래빗이 되었다. 어떠한 위험 상황에서도 살아 돌아왔기에 그녀를 '독한 년'이라고 부른다. 이 정도면 꽤 유능한 첩보원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오히려 그녀는 계속 살아 돌아왔기에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전쟁이 일어난지 70여년이 지나고 있다. 나는 전쟁세대가 아니다. 앞으로도 전쟁을 겪은 사람들보다 겪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아질 테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커다란 역사의 한페이지가 아닐까. 첩보 활동을 했었던 만큼 기록도 없고 연구나 자료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고 한다. 허구일지언정 여러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면 당시 이름없이 사라져간 많은 소녀들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같은 임무를 가지고 적진으로 뛰어들었지만, 혹시 변절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서로 감시자가 되어야만 했던 당시의 많은 홍주와 유경이.
홍주는 나아가는 방향으로 달렸고, 유경은 책임지는 방향으로 달렸다.(p.246)
많은 사람들이 지켜낸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우리는 나아가는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것일까, 책임지는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