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실시 일상신비 사건집 허실시 사건집
범유진 외 지음 / 고블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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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헛개나무 열매가 마치 매실처럼 열려서 '헛매실골'이라 하던 것이 와전되어 '허실골'이 되었단다. 일제강점기때는 '虛實町(허실정)'이라는 한자가 붙어 현재까지 '허실시'로 이어지고 있다. 아마도 당시에는 땅의 기를 죽인다며 억지스럽게 끼워 맞춰 '허허로운 과실'을 의도했을지도 모른다. " 땅 이름 따라 사람이 모이는 것인가, 사람들이 모여 땅 이름을 만든 것이가. 이 동네 사람들은 허실피막의 얇고 부드러운 막 그 한 겹으로 살고 있다. 남의 집에 불이 났는데 전혀 모르겠다며 의뭉을 떨면서도 온갖 구호에 극진한 그들의 태도는 어느쪽이 허이고 실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p.8)"라는 오해를 남기기도 했다.

이 책은 허실시라는 가상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상신비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도입부에 '허실시'라는 지명에 관련된 이야기가 등증한다. 조선시대부터 언급을 해서 하마터면 실제 있는 도시라고 여길뻔했다. 게다가 다 읽고나니, 이 지명에 관한 이야기의 향토사 연구자 '진설주'씨는 이야기에 등장한다. 다섯편의 이야기를 다 읽고나서 다시 첫페이지를 읽으면서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달면 삼키는 안다정」, 「내 세상의 챔피언」, 「작당모의 카페 사진동아리의 육교 미스터리」, 「돌아다니는 남자」, 「둘리 음악 학원 신발 실종 사건」의 제목으로 다섯작가의 다섯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앞서 나왔던 진설주가 세번째와 네번째 이야기가 등장해서, 혹시나 작가님들이 회의를 하지 않으셨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특히, 「둘리 음악 학원 신발 실종 사건」은 유독 인상에 남는다. 20여년간 운영되고 있는 '두리 음악학원'. 하지만 아이들은 '둘리 음악학원'으로 불리운다. 그런데, 그 곳에서 아이들의 신발이 없어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아이들이 맨발로 왔다며 학부모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얼마전 피아노 원장 선생님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을 하고 나서 동희는 피아노 학원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동네에서는 소문이 흉흉했다. 귀신이 들렸다거나 애들이 괴롭힘을 당한다거나.. 하지만 며칠 있으면 신발을 조용히 돌아온다. 불안해진 원장선생님은 동희에게 이 사건에 대해 알아보라고 한다. "신발이 잘 돌아오잖아요. 어른들이 왜 난린지 모르겠어요.(p.334)" 이 말에 동희는 사건 진상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른이 되어가면서 편협해진다는 것을 한번 더 느끼게 된다.

일상속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미스터리. 어느쪽이 허이고 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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