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숲의 아이들
손보미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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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가게 되면 서가 사이를 산책한다. 그러다 눈길을 끄는 제목들을 만나면 어김없이 책을 빌려온다. 이 책은 그렇게 만난 책이다. 작가를 아는 것도 아니고, 이 책에 대한 정보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손길이 갔던 책이었다. 작가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 다른 작품들을 보니 꽤 제목이 익숙한 책들도 많다. 이렇게 또 한 작가를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채유형. 법학과를 졸업하고 진학한 로스쿨을 2년만에 자퇴했다. 첫직장에서도 석달만에 그만두었다. 기자일도 1년만에 그만두었다. 재취업을 하기 위해서 이력서를 제출해도 이제는 연락오는 곳이 없었다. 나이 때문에, 학벌 때문에, 잦은 이직때문에, 동종업계에 퍼진 악평때문에... 그러다가 대학 후배 윤종에게 전화가 왔었다. 나이 많은 후배였다고 했는데... 잘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 덕에 인터넷 방송국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방송테마를 잡기 위해 윤종과 구치소를 방문한다. 10대 청소년이 함께 어울리던 또래를 살해했다. 모든 증거는 확실한데 피의자는 진술을 거부한다.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추적을 시작한다.

진경언. 과거 후배이자 파트너의 부정을 파헤쳤다는 이유로 사건도 배정받지 못하고 한켠으로 밀려난 형사이다. 빵을 무지 좋아하는 진형사는 그저 빵고르는 솜씨가 빼어난 유형을 도와주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이유로 진형사가 이런 처우를 받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후배가 자살을 했고, 그의 마지막 유언같은 말을 내뱉지 않으면서 스스로 따돌림을 당하는 이유를 그저 짐작만 할 뿐이지만, 아마도 진형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들이 또 나올예정인가보다. 진형사의 이야기는 좀 더 기다려보는게 좋을 것 같다.

유형은 입양아였다.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아는 것을 부모님을 아시는 것일까. 어느날에 배달된 우편물 속에, 단란한 가족사진. 그곳엔 오빠가 있었다. 자신은 입양보냈고, 오빠는 가족과 남았다. 자신은 버려진 것일까, 선택받지 못했던 것일까? 친부는 월남전쟁에 파병되었던 군인이었을까, 아니면 파월 기술자였을까. 이 이야기는 단순하게 10대들의 잔혹한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베트남 전쟁과 그 후손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당시 파워 기술자들의 체불 임금문제 때문에, 사건이 많았다는 것을 사실 몰랐다. 우리의 현대사의 한켠이 궁금해지기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유형이 입양아 이기 때문에 마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던 모습에 양부모님이 던지는 '우리가 너를 잘못 키운거니?'라는 말이 초반에는 책망으로 들렸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안쓰러움과 사랑이 듬뿍 담긴 말로 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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