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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분의 1의 우연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10월
평점 :
한밤중 도메이 고속도로에서 6중 추돌 사고가 일어난다. 우연히 이 사고 현장을 촬영한 야마가 교스케는 신문사 사진 공모전에서 최고의 상을 수상한다. '10만 분의 1의 우연'이 만든 장면이었다며 극찬을 받기도 했지만 차량 안에 갇힌 사람을 구하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는 비난 또한 일었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에 익숙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런 도구는 등장하지 않는다. 때론 지금의 현실이 너무나도 익숙해 핸드폰이 존재하지 않던 옛배경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다소 어색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말이다. 만약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무슨 일부터 해야할까? 신고를 먼저 하고 사진을 찍었더라면 비난은 받지 않았을까.
그 사고로 죽은 피해자들이 있었다. 안타깝게 결혼을 2주 앞둔 여성이 사망한다. 그녀와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약혼자 누마이는 유일하게 혼자서만 불덩어리를 봤다는 생존자의 증언에 주목하게 된다. 어쩌면 이 사고가, 약혼녀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게 아니라 의도적인 행동에 따른 희생자일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정말로 10만분의 1로, 100만분의 1의 확률로 이런 큰 사고를 마주할 수 있다. 누군가는 신고를 할테고, 누군가는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갈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호기심에 영상을 담을수도 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사고를 일으키고 그것을 자신의 이름을 떨칠 기회로 삼는 것은 안된다. 아쉽게도 여전히 이런류의 일들은 끊이지 않은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인생이야 어찌되었든 상관없이 나만의 이익을 위해서 벌어지는 일들. 만약 그런 일들도 제대로된 처벌이 이루어진다면 조금의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심증으로는 교스케가 이 사건을 일부러 유도해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증명하기란 참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누마이를 응원했는지도 모르겠다. '보도와 인명'중 어느것을 우선해야겠는냐라는 질문에 의심할 여지 없이, '인명'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이런 비극적인 상황을 눈앞에 두고 사람이든 동물이든 생명을 가지고 있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생명에는 더 소중하고 덜 소중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