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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훔치는 도둑
기르답 지음 / 씨엘비북스(CLB BOOKS) / 2023년 5월
평점 :
여기 꿈을 훔치는 도둑이 있다. 그의 나이가 몇인지, 언제부터 이런 일을 시작했는지 그조차도 모른다. 꿈을 훔친 다음 도둑은 바에 앉아 조용히 술을 한잔 한다. 그런데, 그 바로 한 소년이 찾아와 다짜고짜 "내 꿈 훔쳐간 놈 나와'라며 소란을 피운다. 꿈을 도둑맞았기 때문에 왜 돈을 모으는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분명 소중하게 간직한 꿈이었을 텐데 말이다. 나도 꼭 꾸고 싶은 꿈이 있다. 그런데, 꿈을 꿀 수가 없다. 어쩌면 이 도둑이 나에게 매일 찾아오는 것일까. 내 꿈을 모두 훔쳐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도둑은 꿈을 훔치고도 보지 않는다. 그냥 가방에 넣어놨다가 한달에 한번 꿈 수집가에게 가져다 주고 보수를 받는다. 꿈을 훔치지만 그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일 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소년을 만나고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소년이 자꾸 던지는 질문에 동물이 꾸는 꿈, 식물이 꾸는 꿈을 궁금해 하기도 한다. 어느날, 꿈을 훔치다 한 여인에게 들키게 된다. 꿈을 훔친다 하면 다른 이들은 피식 웃어버리고 말지만 여인은 자신의 꿈을 가져가 달라고 동업을 제안한다. 여인은 왜 꿈을 가져가 달라고 하는 것일까.
사실, 누군가 꿈을 훔쳐간다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우스갯 소리를 한다고 생각을 했을테다. 하지만 '꿈'이라고 하는 것은 밤에 자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이 이루고 싶은 소망도 '꿈'이라고 한다. 이루고 싶지만 이룰수 없는 미련이 되는 꿈은 악몽과도 같을 수도 있고, 현실에서 이뤄지지 않을 일들을 간절히 바라면서 꿈에서라도 이루기를 바라기도 한다. 문득, 현실에 실현 가능성이 없어도 꿈에서라도 이루기를 바랬었던 적이 있었던 것이 생각난다. 지금은 이 도둑은 내게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꼭 꾸고 싶은 꿈이 있으니 우리집에는 내게는 잠시동안은 찾아오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