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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보이는 런던의 뮤지엄
윤상인 지음 / 트래블코드 / 2023년 4월
평점 :
어렸을 때부터 박물관을 다녔던 것은 아니다. 딸아이가 커가면서 제일 교육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여행지에서 박물관을 만난다면 여지없이 방문을 하게 된다. 이제사 생각해보면 아주 유익한 여행코스가 아니었다 싶기도 한다. 런던의 뮤지엄은 대부분 무료라고 한다. 부럽다. 18세기 영군은 상업적, 정치적, 군사적 위력은 기세 등등했지만 그들이 승기를 잡지 못한 분야가 문화였다. 유럽대륙이지만 영국은 섬나라였기에 문화적으로 뒤처졌기에 문화적 소양을 높이고자 뮤지엄을 만들어 무료로 공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언젠가 여행 프로그램에서 손쉽게 클래식 음악을 만나는 유럽의 거리가 부러웠던 적이 있다. 커다란 무대가 아니더라도 쉽게 접할 수 있다면 예술이 낯설지 않게 될 것 같다.
이 책에서는 11곳의 뮤지엄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존 속 박물관"이다. 존 속은 영국 건축계에 상징적인 발자취를 남겼다고 한다. 게다가 자신의 수집품이 점점 늘어나자 저택을 구매하고 이웃들에게 수집품을 보여주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죽으면 집과 예술품을 국민에게 기부하겠다고 한다. 단, 조건은, 작품의 배치를 바꾸지 않고, 자신이 사망했을 때의 모습 그대로를 영원히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p.147) 참 멋있는 것 같다. 당대 가장 유명한 건축가의 가장 사적인 취향을 우리들이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물론, 다른 배치도 좋았을 테지만, 가장 그의 취향이 살아있는 박물관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또한 남의 일이 아닌 것이 영국박물관에 소장된 파르테논 신전에서 나온 조각과 부조물등이다. 원래 있어야 할 그리스가 아닌 이 곳에 있는 것이다. 1983년 이후 그리스 정부가 끊임없이 문화재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영국은 그리스의 관리 및 전시 역량의 부족을 이유로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것은 비단 영국과 그리스와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우리도 과거 많은 문화재들이 불법으로 반출되었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읽을때 참 씁쓸한 마음을 지울수는 없었다.
여행을 떠나면 좋은 풍경과 휴식도 좋지만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문화를 만나는 것도 매우 좋은 것 같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마음 속에 깊이 남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