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빙점 -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56-2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59
미우라 아야꼬 지음, 최현 옮김 / 범우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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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의 이야기는 알고 있었는데,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읽어보긴 했는데... 어떤 답답함.. < 빙점 >을 읽었을 때 이 가족들에겐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냥 스토리로만 알고 있을껄 그랬나... < 빙점 >은 꽤 빠르게 읽었는데 속편은 이리 오래 걸려서 읽을 줄은 몰랐다. < 빙점 >의 스토리는 꽤 대단했다. 다른 남자에 빠져 있느라 어린 딸아이를 잠시 나가 있으라 했는데, 아이는 유괴당해 죽고 말았다. 배신감에 남편은 살인자의 딸을 입양해 아내에게 기르도록 했다. 사실을 알았던 아내는 딸을 모질게 되었고, 입양아인걸 알았지만 살인자의 딸인지는 몰랐던 요코는 자살을 감행하고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이야기는 끝이 났다. 원래 열린 결말은 싫어하지만 작가의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했던지, < 속 빙점 >을 읽으면서 그냥 열린 결말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요코가 이대로 죽어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전보를 치고 편지를 보냈다고 했는데, 그래서 속편을 낸 것일까, 아니면 이런 속편을 염두하고 있었을까. 마치 주말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너무나도 우연이 겹치면서 한정된 인물들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책의 빌런급인 안과의사 무라이는 여전히 이 병원에 남아 부원장 자리에 있으면서 이혼을 했고, 여전히 도발하며 빌런임을 자처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복수하려고 살인자의 딸을(물론 아니지만) 입양한 남편을 어떻게 용서하고(?) 함께 살 수 있을까. 이런 사람과 살 수 없다 해야하지 않을까. 어쪄면 1960년대는 힘든 일이었을까. 죽기로 결심할 때 문득 떠오른 사람은 오빠 도오루였다. 그 전에는 오빠 친구인 기다하라를 사랑했지만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후 오빠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호적상으로는 남매이지만 실은 혈연관계는 아니니까 뭐... 하지만 자신의 이부동생으로 말미암은 사고로 기다하라가 다리를 잃고 난 후에 어떤 마음으로 기다하라를 선택할 수 있을까. 요코는 자신을 위해서는 살아가려고 하지 않는듯한 느낌이다. 아마도 어렸을 때의 기억들이 그녀의 자존감을 낮췄을지도 모른다.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였다. 다만, 마지막에 요코의 친모(게이코)의 부정을 이미 오래 전에 알게 되었다며, 하지만 전쟁중 자신이 지었던 죄에 대한 벌로 - 다 씻길 수는 없지만 - 살아가고 있다는 게이코의 남편의 편지에는 수긍할 수 있었다.

일생을 마친 다음에 남는 것은 우리가 모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남에게 준 것이다.(p.275)

누구든 원죄를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리고 일생을 마치게 될때 과연 내가 남에게 무엇을 주게 될지, 과연 줄 것이 있는지 생각하게끔 하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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