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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29초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평점 :
상황은 좋지 않았다. 그와 단둘이 있지 말 것. 그를 부추길 수 있는 어떤 말도 행동도 하지 말 것. 게다가 그가 술을 마셨을 땐 더 조심 할 것. 하지만 세라는 이 규칙 모두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대학 시간 강사인 세라는 승진심사를 앞두고 상사인 러브록 교수에게 매일같이 괴롭힘과 성희롱에 시달리고 있었다. 정말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입에서 험한 욕이 떠나지를 않았다. 러브록의 행동 때문에다. 더군다나 현실에도 이런 직장내의 괴롭힘과 성희롱은 일어나고 있었고, 혹자는 이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등지기도 한다. 게다가 러브록은 세라가 이룬 성과도 가로챘다. 한계에 다다른 어느날, 세라는 유괴당할뻔 했던 여자아이를 구해준다. 아이의 아버지 볼코프는 세라에게 누구든 원하는 사람 한명을 없애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사실은 아무에게도 발설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내게 이런 제안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세라는 고민을 했지만, 제안을 거절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러브록은 구조조정을 빌미로 노골적 요구를 한다. 더이상 참을 수 없었던 세라는 볼코프가 준 선불휴대폰으로 전화를 한다. 러브록의 이름을 이야기 하는데는 단 29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단, 29초.
러브록은 사라졌다.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했지만 세라는 불안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려 했지만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괜히 불안했다. 일반적인 경찰들의 질문에도 자꾸만 실수를 하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메세지를 보내왔다.나는 네가 한 짓을 알고 있다. 그리고 돌아온 러브록. 세라는 궁지에 몰리고 말았다.
정말로 화가 났다. 아마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이유는 버젓이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세라의 반격은 통쾌했지만, 과연 현실에서도 이런 통쾌함을 느낄 수 있을까. 요즘에 학폭에 대한 복수를 했던 드라마도 꽤 이슈가 되었었다. 아무 이유없이 괴롭힘을 저지르던 이들의 몰락은 보는 이로 하여금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피해를 본 사람들의 복수가 아니라, 사법체계에서 가혹한 처벌을 받아 다시는 이런 일들이 양상될 수 없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된다는 것이다. 그저 이런 일들이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사회를 절실하게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