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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한복판의 유력 용의자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3년 2월
평점 :
2025년.. 일본에서 아이코 공주가 납치됐다.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한국인 문준기. 자칫 잘못하다가는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 준기의 할아버지는 태평양 전쟁 당시 강제 동원되었었다. 하지만 우연히 접했던 문건에는 탄광매몰로 생매장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서 할아버지 유골을 찾기 위해 이 계획을 세운 것이다. 준기는 라인에서 자신의 계획을 함께 실행할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 날도 큰 기대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상대방의 할아버지도 일본이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할아버지 성함이 누구인지 물었다. "아키히토" 상대는 아이코 공주였다.
살짝 배경은 현재보다 앞서가는 이야기이고, 실존인물들이 나와서 일왕 가계도를 좀 찾아봤더랬다. 실제로 아키히토는 식민지배나 전범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를 했던 인물이었다. 아이코 공주는 현재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이다. 실존 인물들이 등장을 하니 - 사실 가상의 인물이 등장을 했으면 이상했을테다. - 꽤 사실적이면서도 실제 납치사건이 있었나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준기는 아이코와 함께 할아버지의 유골을 찾으려 했다. 근데, 뜻하지 않게 익명의 메세지 한통이 도착한다. 할아버지의 유해가 있는 곳을 알려줄테니 과거 실종된 유리코를 찾으라는 내용이었다. 할아버지의 유골은 당시 매몰된 탄광자리에는 없다. 할아버지를 찾기 위해서라도 유리코를 찾아야 한다.1986년 7월 실종된 여고생 유리코.
이 이야기도 얼핏 기억이 난다. 1987년 대한항공 여객기가 북한 공작원의 소행으로 폭파되었다. 당시 꽤 충격적인 사건이었는데, 당시 공작원들의 일본어 교육을 위해 일본인을 납치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 그리고 강제 징용으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게다가 어느 책에선가 해저터널에서 일을 하다가도 갱도가 무너지면 조선인들은 구하지 않았다는 비슷한 이야기를 읽은 기억도 있어서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마음 한켠이 아려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만 과거속으로 멀어져가는 일들이겠지만 그래도 잊지 말아야 하고, 기억해야 하는 일들이다. 우리의 아픈 역사때문에 가족을 잃어야만 했던 이들의 아픔도 어루만져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