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한강
권혁일 지음 / 오렌지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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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었던 박현숙 작가의 < 저세상 오디션 >에서는 주어진 시간을 다 쓰지 못하고 자살해서 돌아온 사람들은 그 배신에 따른 혹독한 댓가를 치르게 되었었다. 다만 오디션에 합격을 하게 된다면( 자신의 심사위원이 진실로 눈물을 흘릴수 있다면 ) 망각의 강을 건너 다시 환생할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상반된 이야기이다. 자살 했던 사람들이 제2한강에 모여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다시 투신 자살을 하게된다면 수면에 닿음과 동시에 소멸하게 되는 것이다. 리뷰를 시작할 때는 두가지 이야기가 서로 상반된 이야기라 생각했지만, 자신의 삶에 대해 혹은 내가 외면했던 남은 시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에서는 맥락을 같이 하는 것 같다.

여기엔 다양한 이유로 자살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마지막까지 외로웠던 사람, 악플에 시달렸던 어느 유튜버, 자존감이 떨어질 정도로 회사에서 괴롭힘을 당했던 사람, 앞으로 다가오는 시간이 두려웠던 사람들... 그들이 이 곳 '제2한강'을 다시 떠날 수 있는 방법은 '다시 자살'을 하면 된다. 신청서를 적어 접수를 하고, 정해진 시간에 투신하면 된다. 신청서를 제출할 때 마지막으로 느끼고 싶은 감정을 적어 넣으면 된다. 마지막.... 과연 나라면 마지막에 어떤 감정을 적어 넣을까. 어떤 감정을 느끼면서 이 세상에서 소멸할 것인가? 참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다들 마음속에 미안한 사람이 하나씩은 있다는 거예요. 소중한 사람을 두고 온 게 너무 미안한 거죠. 떠나간 사람은 남겨진 사람에게 미안해하고, 남겨진 사람은 떠나간 사람에게 미안해하고.... 웃기죠? 자살이란 게."(p.309)

유서를 남기고 떠난 사람도 그렇지 못한 사람도, 세상에 미련을 칼로 베어낸 듯 손쉽게 끊어내지는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아무리 스스로 생을 마감했더라도 다시 한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라는 단지 삶의 이유가 그것만은 아니라는 메세지를 던지는 것이 아닌가도 싶었다. 다시 생을 산다고 하면 과거는 잊고 똑같은 과오를 저지를 수도 있겠으나, 영원히 소멸하는 쪽이라면 자신의 과거의 모습을 돌아보지 않을까 싶었다. "제2한강"을 당장 떠나도 되고, 떠나지 않고 살아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자신이 이 세상에서 소멸되는 순간 마지막으로 느끼고 싶은 감정을 적어야 한다면 신중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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