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질주 안전가옥 쇼-트 17
강민영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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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라는 말을 아직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는 있지만, 이 말을 하면서도 꼭 '사계절은 개뿔, 인제 우리나라는 여름과 겨울이 뚜렷한~'으로 바뀔꺼라고 말한다. 믿어 의심치 않는 이유가, 여름과 겨울 일수는 길어지고, 봄과 가을은 짧아졌음을 우리가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이례없는 강추위로 옷깃을 여미게 한다. 겨울엔 추워야 제맛이겠지만, 그래도 너무나도 추우니 큰일이다. 어쩌면 '이상 기후' 현상이 우리 앞에 더 가까이 다가온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열흘째 이어지던 폭우였다. 파란 하늘을 언제 봤는지도 모르겠다. 몇해전에 이러했다. 매번 장마를 비가 오지 않던 '마른 장마'가 지속되더니 며칠을 장대비 같던 폭우가 쏟아졌다. 첫 대목을 읽을 때 그때가 생각이 났다. 마치 지금도 창밖에 비가 내리는 것처럼.. 달리기는 못하지만, 수영에는 일가견이 있는 "진"과 수영은 못하지만 달리기에 일가견이 있는 "설"은 '송도 트라이센터'에 같은날 각자의 운동을 하러 온다. 막 운동을 시작한 초반, 어딘가 모를 불안한 조짐이 보이면서 지하 5층 수영장 벽면을 타고 붉은 흙탕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진과 설은 그렇게 만났다.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재량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딱히 대화를 나누던 사이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것을 따질 때가 아니다. 송도 트라이센터가 물에 잠기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든 여기를 빠져나가야 한다.

뭔가 최첨단 시설을 갖춘듯 한 트라이센터가 열흘이나 지속되는 폭우에 침수되고 있다. 문득 작년 폭우로 인해 그것도 서울 한복판이 물바다가 되면서 인명피해가 났던 것이 떠올랐다. 참으로 아연실색했다. 몇시간 동안의 폭우로 어느 지역 일대가 침수가 된다는 것은 이상기후의 문제가 아니라 인재가 아닐까 싶은데.. 강남지역의 침수는 반복되어 오고 있었는데, 아직도 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단 말인가. 어느 한 건물주는 한번 침수가 된 후에 물막이를 설치하여 폭우에 침수를 방지하던데 말이다. 어찌보면 겉모습만 번드르 한 것보다 내실을 갖추어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한이 있더라고 튼튼하게 고친다면야 앞으로 바뀌는 기후에도 끄떡없지 않을까.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것을 직무유기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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