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주다 - 딸을 키우며 세상이 외면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다
우에마 요코 지음, 이정민 옮김 / 리드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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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딱딱한 도시에서만 살다보니, 바닷가에 가게 되면 그 청량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문장을 쓰고, 평소에는 잘 읽지 않던 작가의 말을 읽었다. 그리고 이 제목 < 바다를 주다 >라는 것에 관련된 이야기를 읽었다. 이 제목은 아동문학 < 바다를 줄게요 >에서 따왔다고 한다. 애착물건인 파란 목욕 수건이 어느날 바람에 날아갔다. 그 수건을 찾으러 온 와타루는 목욕수건을 바다라고 일컬으며 좋아하던 개구리 형제에게 기꺼이 자신의 애착물건인 바다를 선물하고 돌아간다. 이 이야기에서 일방적으로 보살핌을 받는 존재에서 보살핌을 하는 존재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작가는 말한다. 우리는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물건을 자신보다 더 작은 존재에게 양보한다.(p.257) 비단 그것이 사람뿐일까. 동네를 돌아다니는 길고양이 친구가 하나 있다. 중성화 수술을 한 친구인데 꽤 작은 고양이를 오래전부터 데리고 다녔다. 밥그릇 앞에서도 항상 그 어린 고양이가 먼저 먹기를 묵묵히 기다린다. 자기 새끼일수도 있겠으나, 다리를 다친 고양이에게도 항상 밥그릇을 먼저 내주는 아이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신보다 약한 이들에게 소중한 것을 양보하며 그렇게 성숙해지는 것 같다.

이 책은 저자 우에마 요코가 오키나와에서 딸아이를 키우며 성폭행과 학대받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것을 세상에 알리며 살아간다. 그녀도 과거 남편의 외도를 고백받은 적이 있다. 상대는 이웃에 사는 친구였다. 이혼하기를 바라며 근처에 살았지만 남편은 이혼을 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헤어지고 새로운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며 이제사 남편은 자신이 외도를 했노라, 말하지 않고선 살아갈 수 없을것 같다며 말을 건네왔다. 너무나도 잔인하다. 차라리 숨기고 살면서 혼자 고통스럽게 살지 이게 뭐하는 짓일까. 어느것이 좋은 것일까 생각했다. 사실을 알고 고통을 극복하는 것이 좋을지, 사실을 모르고 살아가는게 나을지... 언젠가 밝혀지겠지만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을테다. 외도한 대가로 뭐든지 하겠다고 남편은 말했지만 그것은 스스로에게 주는 면죄부였다. 더군다나 상대는 이웃의 친구지 않았던가. 그 어두웠던 고통스럽던 날들에 친구들의 도움과 위로로 다시 삶의 의지를 되찾았다. 그리고 저자는 여성문제 연구자가 된다. 아마도 이 에세이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친구들에게 보살핌을 받는 존재였다가 다른 보살핌을 주는 저자의 담담한 고백으로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물건을 자신보다 더 작은 존재에게 양보한다"라는 맥락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세상은 더욱더 각박해지고 있다. 가끔 따듯한 장면들을 보고, 그래도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란 말이 지금은 각박한 세상이라는 말과 일치하는 것이 아닐까. 남에게 선뜻 손을 내밀기에도 위축되는 요즘에 이 글은 용기를 준다.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대단한 것이 아니더라도 따듯한 마음을 보여주면 조금씩 용기를 얻어 이 세상에 우뚝 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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