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국에서 온 탐정
이동원 지음 / 스윙테일 / 2022년 12월
평점 :
커피를 좋아라한다. 하지만 커피는 잘 모른다. 이제껏 어느 카페서든 더 맛있다 혹은 커피 맛이 덜하다는 잘 느껴보지 못했다. 그냥 커피라서 좋은 사람인 듯 하다. 나란 사람은.... 그런데, 이 책의 등장인물 성요한은 다르다. 경찰서 앞 "천국에서 온 커피"를 곧잘 찾곤 했다. 요한은 신학대학을 다니다가 자퇴를 하고 형사가 되었다. 그런데, 설강훈 목사를 체포한 것으로 인해 교회측으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자퇴가 퇴학으로 바뀌었고, 그 때문에 목사란 직업에 앙심을 품게 되어 설강훈 목사를 폭행하고 체포한 것으로 말이다. 그런데, "천국에서 온 커피"가 이름이 걸린다 했더만, 평일에는 카페로 운영되지만 주일에는 예배당이 된다면서 주인장이 자신을 카페 주인이자 목사라고 소개를 한다. 이런... 요한은 다시는 이 카페에는 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요한은 나와 같은 부류가 아니었다. 분명 다른 카페도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딜가도 천국에서 온 커피 맛이 나지 않았다.
금단 증상이 생기기 시작할 사흘째 되는날 카페주인인 유진신 목사가 커피를 들고 왔다. 하마터면 요한은 반가운 척을 할 뻔했다. 진신은 구원준씨 자살사건 담당자가 요한이라고 해서 찾아온 것이다. 아무래도 구원준씨는 자살한 것이 아니듯 하다고..요한의 이마에 난 상처를 보고 추리를 해내는 것하며 치료해주는 것이 남다르던 진신은 법의학을 그만두고 목사가 된 터였다. 노숙자였던 구원준씨는 말기암환자기도 했다. 신변을 정리하려 했다는 점에서 자살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진신이 구원준씨의 간증 영상을 보라며 재수사의 근거가 될지 말지 판단해보라고 했다. 한켠으로 치워두려 했지만 요한의 마음 속에는 휴대폰이 갑자기 망가지기를 바랬지만 영상을 보게 되었고, 두사람의 합동 수사가 시작되었다.
성요한과 유진신의 인연은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그들이 한데 모여 법의관과 형사로 만났더라면, 아니면 목사로 만났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장르물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어쩜 전자가 더 나을 것 같다. 하지만 서로 어긋난 직업을 갖고는 있어도 그들의 케미가 꽤 맘에 든다. 그들의 특이한 이력을 갖게 되는 까닭은 각각의 에피소드를 읽어보면 알게 되고 수긍이 된다. 끝없이 고민을 하게 되는 두 사람은 어느 자리에 있어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매우 충실하게 그 맡은바 임무를 수행한다.
다섯 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등장하는 악당이라고나 할까. 참으로 교묘하게 사람들을 부추긴다. 아마도 그는 소시오패스임에 틀림이 없는 듯하다. 끔찍하다기보다 얼마나 얄밉게 구는지, 그의 비열한 웃음이.. 아마도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는다. 그래도 이 이야기가 요한과 진신, 그리고 이 악당 셋이서 연결고리가 되며 이야기가 이어지게 된다. 악당이 있지만 두렵지 않은 이유가 있다. '천국에서 온 탐정'들이 진실을 밝혀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