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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을 부탁해 - 소방관 테마소설
고요한 외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2년 11월
평점 :
언젠가 베란다 바깥쪽으로 요상한 것이 달린 것을 보았다. 뭐지? 뭐지? 했는데, 날아오는 심상치 않은 벌까지.. 혹시 말벌일까?싶어서 찾아봤는데.. 말벌이 우리집에 집을 바깥쪽에서 집을 짓고 있었다. 말벌집은 함부로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 그때 소방관님들의 도움을 직접적으로 받은적이 있다. 말벌 퇴치용은 따로 있다면서 순식간에 뚝딱 떼어서 처리해주시는 믿음직한 소방관 분들이 계서서 참 안전하게 생활을 하는 것 같다.
이 책은 소방관들을 소재로 한 소설집이다. 표지의 그림은 항상 위험을 피해 나오는 사람들과 반대로 걸어가는 소방관의 뒷모습 같다. 그들도 겁이 나겠지. 하지만 그들은 당당하게 걸어나간다. 그래서 참 듬직하다. 이 책 속의 8편의 이야기 중에서 특히나 마음이 쓰이는 것이 「우리동네 소방관은 마동석」이다. 몸집은 마동석마냥 건장한 그는 소방관이다. 하지만 그는 연고도 없는 조용한 바닷가에 와 있다. 어딜 가나 비상구를찾는게 습관이었는데 정작 내 비상구는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p.55) 그런데, 불이 난 집에서 아이를 구하지 못했던 날, 그는 무너지고 말았다. 화재현상에서 힘이 든 것보다 한 사람이라도 살리고자 하는 그들에겐 구조하지 못한 혹은 동료들의 스러지는 모습들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많이 앓게 되는지도 모른다. 만약 그들이 누군가를 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아무도 원망하지 않을것 같은데... 그들 잘못이 아니지 않은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아는데.. 자책하지 말라고 손내밀어 주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당신의 하늘에 족구공을 뻥 차올렸어」는 화재진압 현장에서 사망한 어느 소방관의 가족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사망한 국화씨는 여성소방관이었다. 화재진압을 하는 소방관은 모두 남성인줄 알았는데, 실제로도 여성 소방관이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여성이기 때문에 화재 진압 현장에서 민폐를 끼칠꺼라는 편견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화씨의 아들은 소방관이 되겠다고 한다. "내가 소방관이 되려는 이유는 엄마를 기억하기 위해서야"(p.232) 기특하다. 그리고 국화씨의 남편은 국화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방화복으로 지갑을 만들었다. 그녀가 오랫동안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때론 목숨을 걸고 일하는 그분들이 가족들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기를...
예전에 어느 학생네 방문할때 현관문에서 방문호수를 누르면 휴대폰으로 연결되던 적이 있었다. 처음에 아빠 휴대폰으로 연결 된 걸 바꾸지 못한 탓이라고 했다. 가끔 아빠가 출동할 때 문을 못 열어준적도 있다고 했다. 아빠가 뭐하시는데 출동하시냐고 물으니, 소방관이시라고 했다. 새삼 다르게 보였다. 이렇듯 소방관들도 그냥 평범한 우리네 이웃들이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소방관분들께 정말로 감사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물씬 들게 하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