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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게 빛나는 ㅣ 안전가옥 쇼-트 15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0월
평점 :
이 책에는 「열린 문」, 「우물」, 「푸르게 빛나는」을 제목으로 하는 3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아무런 정보없이(나는 작가의 말이라든지, 작품에 관련된 것을 읽지 않는편이다.) 시작한 세편은 마지막 「푸르게 빛나는」에서 교묘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기침을 하는 것으로봐서 비염으로 힘들어하는 「우물」의 효민이 아닌가 싶고, 중간에 등장하는 노인은 「열린 문」에 관련있지 않나 싶다.
이 3가지 이야기에서는 우리가 평상시에 느낄 수 있는 그런 두려움, 불안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하다. 「열린 문」에서 등장하는 초등학생 남매에게는 갑자기 선생님과 통화한 후, 핸드폰도, 태블릿 PC는 물론 컴퓨터 전원코드까지 잘린 집에 살고 있다. 늘상 핸드폰을 끼고 살던 남매는 더이상 할게 없어졌다. 늦은밤 오빠는 동생에게 도둑 잡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그때 문득... 누군가 터벅터벅 올라온다.. 집에 엄마가 있나? 가출한 아빠가 돌아오는것이면 어쩌나... 계속해서 공포에 떠는 불안감... 그런데, 이 첫번째 이야기는 너무나도 짧아서 이해하기도 전에 끝나버렸다. 마지막 상황은 무엇일까. 아직 난 단편을 극복하지 못한 것일까.
「우물」에 등장하는 '나'는 엄청난 액취증을 가지고 있다. 너무나도 그 냄새가 심해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자주 들르던 카페에서도 출입을 금지당할 정도... 그래서 친구는 비염을 심하게 앓고 있는 효민뿐이다. 그녀는 냄새를 잘 맡지 못하기 때문이다. 외출하면서도 여러번 옷을 갈아입는, 집에서도 함게 살 수 없는 그래서 '나'는 자존감도 꽤 낮은 편이다. 그런데, 어느날 어떤 여인이 다가왔다. 그러면서 물때문이라고 한다. 검은물을 얻기 위해 그녀가 희생해야 하는 것은 무얼까. 「푸르게 빛나는」에서는 신혼부부인 규환과 여진이 등장한다. 무리를 해서 대출을 해 장만한 신축아파트. 여진은 푸른빛을 띠는 벌레를 발견하고, 입주자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들을 만났지만 카페지기는 의도적으로 관련된 사항은 지우면서 집값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 경계한다. 규환도 길어진 출퇴근시간과 많은 일감에 여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지 못한다. 여진은 더욱더 혼란에 빠지게 된다.
프로듀서의 말에서 '코즈믹 호러(cosmic horror)'라는 말을 접했는데, 코즈믹 호러는 흔히 인간이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어떤 미지의 존재로 인한 공포, 인간이 지닌 어떠한 가치도 아무 의미가 없음을 말하는 절망적인 공포 정도로 정리(p.189)된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들에게 풍겨지는 의미가 그런 절망감이었을까. 파란 벌레에 존재에 대한 다른 사람의 말로 자신이 잉태한 아이를 부정하는 건지, 파란벌레에 침투당했다고 여기는 건지 좀처럼 그것에 대한 공포가 지워지지 않는다. 아무리 달래려 해도 몸과 마음이 지친 규환의 위로도 듣지 않는 그런 절망감...글쎄, 이 장르에 대해서는 아직 명료하게 이해된 것은 아니고,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렇게 구분하는 것 또한 아직 나에겐 어렵지만.. 이야기를 읽으면서 생기는 어떤 불안감을 느꼈다면 작가의 의도를 이해했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