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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링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8
조규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9월
평점 :
열일곱살 수민이. 고등학교 신입생이 되고 새로산 무선 이어폰이 없어졌다. 미니라고 이름까지 붙힌 이어폰인데, 아무리 찾아도 없자 담임선생님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그것이 사달이 났다. 1시간 넘게 담임 선생님의 설교는 지속되었고, 수민이는 아이들에게 '극혐 1호'로 낙인 찍혔다. 성적도 그리 좋지 않고, 친구들과 잘 사귀지 못하는데 이어폰 사건으로 수민이에게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았다. 그에 반해 세진이는 중학교때 전교 2~30등 정도의 성적이었는데, 배치 고사 전교 1등을 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학교에는 세진이를 비롯해서 상위권에 있는 특별한 그룹이 있었다. 네명의 아이들이었는데, 그중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 하나가 전학을 가버렸다. 그즈음 세진이 수민에게 함께 봉사할 것을 제안한다. 그다지 봉사 점수에 신경쓰지 않던 수민은 수락을 했고 함께 봉사를 갔는데, 어째, 나머지 둘은 보이지 않고, 그나마 함께 온 세진이마저 학원 시간이 되었다고 먼저 훌쩍 가버린다. 괜시리 세진에게 이용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이들과 만난 방송실에서 주운 검은색 무선 이어폰에서 소리가 들려온 건 그무렵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는 망가진 이어폰이라고 했는데, 분명 수민이에게는 말소리가 들린다.
같은 반에서 공부하기는 하지만 그들을 친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이들을 경쟁속으로 몰고 가는 것은 어른들이다. 예전 딸아이가 교우관계로 고민을 할 때 반아이들과 모두 친구일 필요는 없다, 너무 고민하지 말라라고 한 적이 있는데, 훗날 딸아이는 말한다. 지금도 아주 유명한 의사가 '프렌드'와 '클래스 메이트'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걸 보면서 내가 했던 말이 기억나더라고... 그런데 모두 다 친구일 필요는 없지만, 요즘은 '프렌드'의 비중보다 '클래스 메이트'의 비중이 더 높아지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자기의 속내를 드러내지 못해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마법처럼 나를 이해해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면 아이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아이들과 가까운 곳에 있는 직업이다 보니 종종 힘들어 하고 고민을 털어놓는 친구들을 보기도 하다. 얼마나 내가 위로가 될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지만.. 이 소설을 읽다보면, 아이들이 숨을 쉬고 싶을때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많은 위안이 될 수 있겠다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