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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인간, 낸즈 ㅣ YA! 7
문상온 지음 / 이지북 / 2022년 9월
평점 :
감염인간, 낸즈(Not Alive Not Dead Syndrome)
산자도 아닌 죽은자도 아닌 낸즈... 시작은 질병관리청 연구팀에 근무하던 나상일 박사가 소아암 치료제인 '캔서큐어'를 완성하면서부터였다. 아들이 소아암이 걸렸고, 홍역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만든 치료제였는데, 박사의 아들은 코마 상태에 빠졌고, 임상 실험에 참여했던 환자들은 모두 사망했다. 캔서큐어는 외부로 비밀리에 유출되었고, 이를 맞은 암환자들도 모두 숨을 거두었다. 그런데, 아마도 홍역 바이러스를 이용한 치료제이다 보니 변이된 바이러스가 생겨나게 되었고, 이에 감염되어 죽은자도 산자도 아닌 '낸즈'가 되었고, 세상은 아비규환으로 변해버렸다.
리뷰를 쓰려고 지금 다시 보니, 나상일 박사의 아들은 코마상태였고 죽지는 않았었네.. 왜 이 친구가 면역항체를 가지고 있는지, 왜 나상일 박사와 관계가 있는지 이제서야 연결고리를 찾았다. 앞의 이야기를 너무 염두해두지 않았었다. 작가는 이 소설을 2019년 초에 초고를 완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채 2년 정도 잠재우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 사이 우리는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었다. 바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팬더믹 상황이다. 이 소설은 변이 바이러스에 걸렸다가 치료된 감염인간과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은 순수인간의 대립과 갈등을 그리고 있다. 이 상황에 백신패스라는 것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코로나에 감염되면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치료와 더불어 자가격리를 하게되었다. 하지만 백신을 맞게 되면서 백신을 맞은 사람과, 맞지 않은 사람들은 나뉘고, 공간을 분리하고, 마치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을 격리해야한다는 시선을 보내기도 하는 어처구니 없는 현상이 생겨버렸다. 당시에 코로나에 감염되었다가 치료후 완치되었으나 주변의 시선으로 인해 퇴사를 해야했던 이도 있었고,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고 식당조차 들어갈 수 없었고, 어떻게든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았던 것을 증명해야만 했다. 백신을 맞았다고 코로나에 안 걸리는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문득, 인간이라는 존재는 무엇이든 편을 가르지 않고는 못 견디는 그런 존재가 아닌가 싶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사실을 법에 명시하고도 절대로 평등하게 대하지 않는다. 어떤 빌미를 잡아서라도 부류를 나누게 된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사람들을 공포를 느끼는 것은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정치적으로 혹은 다른 의도로 이용해서는 안되지 않을까. 자신의 아내일지라도 감염인간이 되어버리면 죽였던 계엄사령관 최종혁도 결국엔 자신도 감염인간이 되어버린다.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아무도 예측을 못한다. 예측을 하더라도 세상에는 너무 많은 변수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늘상 자만에 빠져 과오를 저지르고 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을 우리 맘속에 깊이 새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