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식물 상자 - 수많은 식물과 인간의 열망을 싣고 세계를 횡단한 워디언 케이스 이야기
루크 키오 지음, 정지호 옮김 / 푸른숲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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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식물을 키우는데 재능이 없다. 어렸을 때부터 강낭콩이든, 씨앗들을 유리컵에 흙을 담아서 심어놓기는 좋아했다. 때론 떡잎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럼 관찰일기를 쓴다고 열심히 몇번은 그림도 그리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심은지 얼마되지 않아서 유리컵은 회수당했고, 당연히 씨앗들은 흙고 더불어 버려지고 말았다. 다행히 싹까지 올라오고 조금 자라기는 해도 금새, 관심에서 멀어지기 일쑤다. 이 책을 만났을때, 세계사를 바꾼 식물들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어라.. "워디언 케이스"라는 식물상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식물들은 씨앗을 옮겨와 심으면 되지 않을까. 여러개의 씨앗을 이동시켜 싹을 틔우면 안될까라는 그야말로 단순하게 생각했다. 식물애호가들이 들으면 머리를 잡고 쓰러지지나 않았을런지 살짝이 걱정되는 정말 식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이의 발언 아니겠는가.

지금은 운송수단이 발달해 이동에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에, 식물 이동에 그리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배를 통해 장시간 이동을 함에 있어서 작은 정원을 옮기는듯한 이 워디언 케이스의 역할은 상당했다고 본다. 특히나, 차나무의 종자는 기름 성분이 많아 빨리 부패하기 때문에 운반하기 매우 어려워 살아 있는 묘목을 운반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역시, 뭐든 종자를 운반하면 되지 않겠냐는 나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되는 대목이다. 또한, 말라리아는 꽤 인간을 괴롭혔던 질병이기도 했다. 이 말라리아의 치료법 중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퀴닌'이다. 안데스 고지대 숲에서 자라는 기나나무 몸통의 껍질 가루에서 퀴닌을 채취할 수 있는데, 이는 열을 오르는 것을 방지한다. 이러한 식물들을 무사히 운반할 수 있는 수단으로도 워디언 케이스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다만, 제국주의 팽창과 맞물리면서 뭔가 씁쓸한 기운을 지울수는 없지만 말이다.

워디언 케이스는 식물들만 운반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함께한 작은 미세 생태계들도 함께였다. 낯선 미지의 세계로 운반되면서 식물들과 함께 했던 세균들, 곤충들은 그곳에서 천적이 없는 침입자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어찌보면 인간의 호기심과 이기심으로 식물들의 기나긴 여정에 워디언 케이스가 공헌한 것은 매우 컸음과 동시에, 새로운 환경에 이방인 생태계를 옮겨 놓음으로 생태계 파괴를 초래한 주범이기도 했다. 인간의 이기심에 앞서 환경 문제를 뒤늦게 인식하게 된 인간들 탓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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