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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의 여름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5월
평점 :
'미래학교'
어린 미카는 그 곳에서 살고 있다. 숲 속 샘에 자신의 소중한 것을 흘려보내면 소원을 이뤄 준다고 해서 4살 어린 미카는 홀로 샘에 찾아가 아끼는 물감을 풀면서 소원을 빈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다는 미카.. 부모님과 떨어져 살기엔 너무 어린 나이가 아닐까. 어릴때 지극히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무언가 다르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미래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 살게 하고 일년에 한번 만난다는 규칙을 갖는 교육방식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아이들은 환경에 매우 빠르게 적응하는 편이다. 부모와 함께라면 4살 아이는 마냥 어린애처럼 보이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면 조금 더 성숙된다고나 할까. 하지만 4살 아이는 4살 아이답게 어리광부리며 부모의 사랑을 담뿍 받고 살아가면 안되는 것일까.
노리코는 친구의 권유로 방학때 며칠 미래학교에서 운영하는 캠프에 참여한다. 11살 초등학교 4학년시절부터 6학년때까지 참여하게 되는데, 처음 참여했을때 동갑내기 미카를 만나 우정을 나누게 되었다. 하지만 미카와는 다음해까지는 만나게 되었지만 마지막 캠프때는 만나지 못했고, 다시는 그 캠프에 참여하지 않은채 어른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미래학교 부근에서 어린 아동의 유골이 발견된다. 문득, 노리코는 그 유골이 미카가 아닐가 생각하는 가운데, 혹시 자신의 손녀가 아닐까하고 변호사가 된 노리코를 찾아오게 된다. 그 유골은 과연 누구일까. 미카는 아닌 것일까. 자신이 떠났던 그때 과연 그곳에서는, 그리고 미카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츠지무라의 소설은 마지막에 묵직하게 저 밑바닥에서부터 무언가를 끌어올리는 힘이 있다. 그래서 항상 그녀의 이야기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읽게 된다. 그리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번 이야기는 600여페이지가 넘어가는 분량이지만 판형이 작아서 금새 페이지가 넘어가게 되므로 두께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 다만, 이 소설은 '호박(琥珀)'이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물론 처음 제목을 접할때부터 지질 시대 나무의 진 따위가 땅속에 묻혀서 굳어진 누런색의 광물인 것을 알았다. 때론 고대의 곤충을 품고 단단하게 굳어지기도 한 호박은 바깥에서도 충분히 안에 들어 있는 곤충을 볼 수가 있다. 하지만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그 단단한 벽을 부서야만 한다. 미래학교에 있었던 사람들은 그 날의 진실들을 호박속에 가둬둔채 애써 외면하고 진실이 겉으로 드러나길 바라지 않았다. 노리코는 과연 그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까. 읽는 내내 미래학교의 교육방침등은 이해할 수 없었다. 종종 이상한 종교에 빠져 아이들을 데리고 잠적하는 경우도 실제로 보게 된다. 분명하게 잘못되었다는 것은 알지만 왜 그 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는 정녕 호박을 깨트릴 자신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호박은 단단해 깨트릴수 없다 여기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