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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서점 - 살인자를 기다리는 공간,
정명섭 지음 / 시공사 / 2021년 10월
평점 :
몽실북클럽 6월 스토킹 도서
살인자를 기다리는 공간, 기억서점...
참 만나기 힘들었던 책이다. 책바다로 신청할 책이 있어서 함께 했더니, 관내에 있는 책은 이용을 못한다 하고, 반납일자를 기다렸다가 빌리려는 것은 예약버튼도 뜨지도 않으면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재대출을 하고... 조금만 집중하면 하루면 다 읽을것을...(몇몇 사람만 그런가).. 게다가 예약을 걸어놓은 책은 일주일이 넘도록 반납도 되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쳐 알아본 사연인즉, 도서관에서 행사때문에 빼놓았다는, 예약자가 있는 것을 몰랐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살인자를 기다리는 공간'이 아니라 '살인을 부르는 책'이 될 뻔했네. 이렇게 순식간에 읽히는 책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폭발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정명섭 작가 책인데 어찌 안 재밌을수가 있을까 싶다.
대학교수이자 고서저거 수집가로 TV출연도 왕성한 유명우 교수가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한때 가족들과의 꿈이던 서점을 운영하겠다고 한다. 이른바 '기억서점'!! 명우는 15년전 프랑스 유학에서 막 돌아오자 마자 대학총장의 고희연에 참석하기 위해 차를 몰았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부터 자꾸만 일이 꼬이더니 급기야는 터널속에서 사냥꾼이라고 밝힌 살인자와 대면하게 된다. 그때 사고로 아내와 딸은 사냥꾼에 의해 무참히 살해 당했고, 명우는 두 다리를 잃었다. 그가 꼭 안고 있었던 사냥꾼의 고서적 < 잃어진 진주 >를 미끼로 그를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복수를 할 것이다.
목격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 초반에는 명우가 강력한 용의자로 떠올랐다. 아니면 수사를 하기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간혹 일어나는 사건들에서 범인검거가 미흡하다거나 혹은 보험관계를 들먹이며 가족들을 추궁한다거나, 혹은 잡혔더라도 그 형량이 매우 가벼워 남겨진 가족들의 아픔을 대신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살인의 가장 큰 아픔은 (희생자의 가족과 지인에게) 준비하지 못한 이별이라는 것입니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함께 기억의 무게감에 짓눌려버리는 것이죠.(p.283)" 명우는 과연 기억 서점으로 그 무게감을 떨쳐버릴수 있었을까. 어떤 일로도 그 무게감은 떨쳐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제발 사회적 형벌으로라도 조금이라도 남겨진 이들의 마음에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