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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 - 본격 식재료 에세이
이용재 지음 / 푸른숲 / 2022년 5월
평점 :
아~ 브로콜리를 예전에 참 좋아했었다. 어떻게 해야 식감을 살리는지 잘 모르지만 그냥 물에 살작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아니면 좋아하는 쌈장을 얹어 먹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어느날엔가 들은 브로콜리에 많은 영양소 중에 하나가 단백질이라고 들었다. 잉?? 단백질?? 워낙에 촘촘하게 꽃송이가 모여 있다보니 벌레가 많다고.. 음.. 그동안 물에 설렁설렁 씻어서 데쳤으니... 본의 아니게 단백질 섭취? 그 후론 브로콜리는 안 먹게 되었다. 모르면 모를까, 알고서는 손이 가지 않아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 씌여있는 이 브로콜리는 좋다.
벽돌에게 물어본다. "무엇이 되고 싶으니?"
그럼 벽돌이 대답한다. "저는 아치가 되고 싶어요." (p.9)
이 책은 건축가 루이스 칸의 '벽돌과의 대화'로 시작한다. 건축 재료가 순리를 따라 되고 싶은 모습, 즉 지향하는 건축의 요소가 있을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데, 저자는 식재료가 순리에 따라 되고 싶은 음식과 요리, 다시 말하면 식재료마다의 '포인트'를 살리게 되면 더욱더 맛있는 음식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 이 책은 식재료에 관한 에세이이다. 식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니, 나는 참으로 식재료에게 참으로 불친절하고 환영받지 못할 것 같다. 어찌 나는 이리도 제멋대로 음식을 하지 못하는가. 아마도 자신들을 마구 굴려도 불쌍한 인간하나 구제한다고 맘껏 자신들의 역량을 발휘하는 것은 아닌가 한다.
내가 별로 식재료에 지식이 없지만, 몇가지 식재료에 눈길이 갔는데, 그 중 하나는 "애호박"이다. 요즘에는 봉투에 담아서 키우는 호박이 있는데 (일명, 인큐베이터 애호박), 나는 이것이 너무나도 싫다. 병충해를 막고, 저장성이 높고 육질이 단단해서 맛이 좋다고 하는데, 어쩐지 자라면서 억압되는 것 같아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아무리 맛이 좋다고 해도 나는 그냥 자유롭게 자란 애호박을 먹는데 맛이 조금 덜해도 마음이 편하다. 그런데, 이 애호박이 수분 함량이 95%라고 한다. 그래서 곤죽이 될때까지 볶는 호박나물보다는 볶지 않고도 맛있는 나물을 먹을 수 있다니 한번 응용해봐야겠다.
문득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식재료의 특성을 알면 같은 음식이라도 더 업그레이드 맛을 느낄수 있을것 같다. 이 책은 옆에 두고 식재료의 일면을 살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