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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박민형 지음 / 예서 / 2022년 4월
평점 :
'어머니'란 단어는 참으로 애증의 단어인 것만 같다. 젊은날에는 화가나면 엄마한테 괜시리 퍼부었다가, 나이가 들게되면 정말이지 애증의 단어가 되어버리고 만다. 어째 내게는 요즘들어 더 그렇게 다가오는 것만 같아서.. 이 이야기가 남의 일만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은 혹시나 우리 딸도 '내게 그럴까'라는 것이다.
어머니 효심도 그 옛날 아버지의 집을 치우면서 물끄러미 자신을 쳐다보는 아버지의 시선이, 이제는 자신이 아파서 자신의 집을 찾아오는 자식들을 바라보며 그 시선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식구들을 버렸던 어머니를, 그래서 매몰차게 다시는 보고싶지 않다고 했는데, 그렇게 살았는데, 이제서야 왜 보고싶은 것일까.
남편을 먼저 떠나 보냈던 효심. 지금은 삼남매를 잘 키워서 모두 결혼시키고, 친구의 편의점에서 일을하며 홀로 살고 있다. 집을 줄여가면서 아이들의 결혼자금을 보태주었고, 퇴직하고 치킨집을 하는 큰아들의 힘든 형편때문에, 전세금에서 일부를 떼어주고 월세 집으로 이사를 한다. 그리던 어느날 효심은 뇌출혈로 쓰러지고 수술을 받게 된다. 왼쪽이 마비가 된 효심은 말도 어눌해지고 혼자 살기가 힘들어져서 큰 아들네와 함께 지내게 된다. 효심은 집을 줄여가며 자식들이 필요로 할때마다 도움이 되어주었지만, 병원비부터 간병비 모시는 것에서도 삼남매는 대립을 하게 된다. 물론 선뜻 나서지 못하는 자식들의 마음은 또 어쩌겠느냐만은 당당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는 그녀의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왜 사랑은 내리사랑이라는 말밖에 없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자식들에게 받을만도 할텐데 자꾸만 위축이 되어가는 어머니의 모습이 남의 일같지만은 않다.
어쩌면 이야기는 올드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코 외면할수만은 없는 우리 모두의, 그리고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