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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잡
해원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2년 3월
평점 :
CSI였는지, 어쨌는지.. 보면.. 범죄현장을 청소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 그런 범죄 현장을 청소하는 이야기인줄 알았는데...옴마나..
이 사회의 지하에는 우리가 모르는 은밀하고 방대한 범죄 세계가 있다.
과연 정말로 이게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지는 않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연희는 아버지가 남겨주었던 빚에 쫓기며 벼랑 끝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취업하기에도 힘들었고, 오죽하면 매일 욕이 가득 담긴 빚독촉 메세지를 남기던 사채업자가 일자리를 알선해주기까지 이른다. 사채업자가 소개해주는 일자리라는 것이 온전한 것이겠냐 생각했지만, '미래클리닝'이라는 청소업체라고 했다. 전재산이라곤 3천원 뿐인 연희는 일을 가릴 형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일당 40을 줄테니 우선 인턴으로 뛰어보란다. 무슨 쓰레기를 치우는데 일당 40만원이라니.. 일단 오늘만 해보고 결정하라며 현장으로 나갔는데.. 아.. 범죄현장을 합법적으로 치우는 특수청소가 아니라, 범죄현장을 감쪽같이 인멸하면서 사망한 사람을 실종된 사람으로 둔갑시키는 일이었다. 냉정하게 이런일은 못하겠습니다라고 돌아서고 싶었지만, 연희 전재산은 보잘것 없는 3천원과 교통비라고 건네준 5만원, 5만3천원이 전부였다. 매일매일을 사채이자 내는데도 허덕이는 처지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책 속에는 여러가지 우리가 겪었던 사건들이 나온다. 당시를 정말 깜짝 놀라게 했던 삼풍 백화점 붕괴 사건, 보험사기를 위해 아들의 손가락을 잘랐던 사건들. 물론, '낙원 쇼핑센터 붕괴'라고 나오기는 했지만, 누구나 당시를 살았더라면 백화점 붕괴 사건으로 연결짓지 않았을까. 구하러 오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동생을 떠나보낸 연희는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이상한 사건 속으로 휘말리게 된다. 이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마치 고요한 백조가 물밑에서 열심히 놀리는 발움직임처럼, 고요하기만 한 사회에 은밀한 곳에서는 범죄가 벌어지고, 단순하게 사건으로 혹은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은 것처럼 꾸미는 세계가 펼쳐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연희의 여정을 묵묵히 따라가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