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마치 비트코인
염기원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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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 후 그는 서울로 올라왔다. 가리지 않고 일을 했고, 성공한 "서울 사람"이 되고 싶었다. 건물 관리인으로 살아가는 어느날, 두달째 월세와 관리비를 내지 않은 403호를 발견했다. 그와 같은 해, 같은 달에 태어난 여자. 얼굴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석 달이 연체되면 계약이 해지된다는 독촉장을 출력해서 4층으로 올라간 후 무언가 일이 생긴 것을 짐작했다. 그녀는 자살을 했다. 403호를 특수청소를 한 후 가지고 나온 상자안에는 그녀의 일기장과 자그마한 아기 신발이 들어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의 과거 이야기와 현재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된다.

서울에 아무런 연고가 없어서 고립에 가까운 삶을 살고는 있었지만 나름의 방식대로 잘 풀릴때도 아니면 나락으로 수도없이 떨어지게 된다. 비트코인이 어찌되는지 잘은 모르지만 그 가치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과 같아서 제목이 < 인생 마치 비트코인 >이 아닐까. 이런.. 비트코인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1인이라니..

처음 느낌으로는 자신이 관리하던 곳에 자살한 세입자, 그리고 그 죽음을 파헤치는 관리인쯤으로 생각했었는데, 읽으면서 내 짐작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이 되어서 조금은 당황했지만 유독 작가의 말 중에 눈이 가는 것이 있다. "타자를 이해하려면 먼저 나를 이해하고 자신과 화해해야 한다. 그래야 마음에 공간이 생긴다. 좁고 누추하면 귀한 손님이 찾아와도 들일 수가 없다"(p.259) 어쩌면 그는 403호의 일기장을 읽으면서 그녀가 왜 이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 알아가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예전에는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보니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한 줄기 빛도 없이 어둡고 깜깜하나 터널을 혼자 걷다가 앞에 비친 희미한 불빛을 본 사람은, 그리고 점점 빠르게 다가오는 그 불빛이 출구를 알리는 희망의 빛이 아니라 절망을 가득 싣고 나를 향해 달려오는 급행열차라는 걸 알게 된 사람은, 살기 위해 되돌아 뛰는게 아니라 그대로 무릎을 꿇고 만다는 것을."(p.255, 256) 함부로 타인을 속단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누구나 인생에 있어서 굴곡은 있다. 그리고 혼자라고 생각할 때 나도 모르는 내게만 불빛을 비춰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처음에 결말부분을 보고서 살짝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다시 리뷰를 쓰고, 작가의 말을 읽어보고 하니까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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