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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질량
설재인 지음 / 시공사 / 2022년 1월
평점 :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만이 가는 사후세계. 자신의 목 뒤에 엉킨 실타래 매듭을 풀어야만 안식을 취할 수 있다. 예전에는 자살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목숨을 끊을 용기로 죽어라 하고 살면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생각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고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이야기는 한강에 몸을 던진 서진과 서진의 옛연인 건웅의 시선이 교차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식들의 공부를 위해 서울로 올라온 서진이네.. 부모님이 원하는 대학을 가지는 못했고, 다른 대학을 진학하고 다닐 무렵, 막내만 데리고 부모님은 사라져버렸다. 여동생 호진과 함께 생계를 걱정해야 했던 서진을 왜 사람들은 고깝게 바라보는지..한마디 거절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스스로 벽을 쌓아서 일까, 그녀를 따라 다니는 이야기에 자꾸만 서진은 움츠려 들기만 한다. 가족들의 스펙이 어깨를 짓누르는 건웅. 삼수를 하는 학원에서 질문조교로 있는 서진을 만난다. 나이로는 동갑이지만 자신은 아직 삼수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모님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는 갈수 없고, 서진이 다니는 대학에 입학하게 되고 서진과 사귀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헤어지고 서진은 선배인 장준성과 결혼을 했지만 그의 폭력에 한강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만이 올 수 있다는 이 곳에서 다시 재회하게 된다. 그리고 또 한사람, 아직 열네살 선형을 만나게 되는데, 선형의 죽음 뒤에는 장준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살아생전에는 위축되고 숨어들려고만 했던 서진은 이 곳에서 만난 장준성과의 악연을 끊고자 한다.
현실에서는 남에게 못되게 군 사람들이 더 잘 먹고 잘 사는것 같지만, 못 된 장준성 같은 인물도 불행하다가 결국에는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좀 위안이 된다. 하지만 자신의 성향은 버리지 못했는지.. 사후세계에서도 그의 행실은 바르지 못한 것 같다. 목에 감긴 매듭을 다 풀고나면 어느 곳으로 가는지는 잘 모르지만 환생을 하든 영원한 안식처로 가든 그들에게도 이생에 힘들었던 기억을 잊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서진에게는 이승에서의 삶이 안타깝기 마저 해서, 그녀의 무모한 행동일지 모르겠으나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읽는내내 떠나지를 않았었다.
우리는 어쩌면 너무나도 나의 삶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내 삶의 무게에 비해 타인의 삶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 아닐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만 갈 수 있는 세계라는 독특한 설정이지만 읽으면서 내 자신과 타인의 삶의 질량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