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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평점 :
요즘 20년전 드라마 "겨울연가"를 보고 있다. 당시는 꽤 재밌게 안타깝게 본 것 같은데.. 요즘 다시 보니 왜 이렇게 미련하고 진상맞는지..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를 연장했나? 아니면 내가 너무 변했나.. 그저 옛 드라마는 추억으로 내비둘 껄 그랬나?
그러고 보면 여기 호정과 은기는 조금만 더 미련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어찌 이런 쿨내가 진동하는지. 이 소설을 읽고 나면 흔들리게 된다. 안 흔들릴 수가 없다. 뭔지 모르게 호정은 가족들에게서 겉도는 느낌이었다. 아빠는 인터넷을 검색하고 재료를 사서 썰매 2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기어이 2개를 더 빌려와서 네식구 모두 타자고 했지만 호정은 거부했다. 엄마, 아빠, 진주, 그리고 호정 네식구이지만 호정은 어딘가 모르게 가족과는 겉돈다. 그저 사춘기로 치부하기에는 호정이의 상처가 너무나도 깊다. 어른들은 몰라주는, 호정이는 어려서 아무것도 모를꺼라 생각했던 어른들의 안일했던 생각..
그 마음을 이해해 준 사람이 어쩌면 은기였는지도 모르겠다. 알고 싶기는 하지만 선뜻 질문을 던지지 못했던 호정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다. 어쩌면 혹독한 겨울처럼 은기나 호정이 느낀 아픔이 서로를 이끌었던 것 같다. 그래서 둘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했다. 항상 시간이 지나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 아픔이 치유되는 날이 있을텐데..
어떤 일은 절대로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나쁜 일만 그런 건 아니다. 좋은 일도, 사랑한 일도 그저 지나가 버리지 않는다. 눈처럼 사라지겠지만 그렇다고 눈 내리던 날의 기억마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p.348)
간혹 성장소설을 읽을때면 이런일이 있을수 있을까.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일 것 같다. 그저 소설 속 이야기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어째 이 소설은 공감이 많이 간다. 호정이의 상처도, 은기의 상처도 치유되길... 그리고 그들의 인연이 기억으로만 존재하지 않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