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꽤 여러 이력을 가지고 있다. 기자, 공무원, 바이오벤처기업인, 묘지관리인, 부두 노동자. 국문과를 나와 시인이 되었고, 사업을 하다가 실패해 보기도 하였고.. 하지만 그의 인생 경험이 그대로 녹여내는 글을 쓸 수 있어서 다행인것 같다.
이 책은 시집은 아니고 산문집인데, 작가가 시인이다 보니 산문인데도 불구하고 운율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나는 대체로 시에 약한편이라, 글 속에서 느껴지는 운율때문에 살짝 위축되기는 했지만, "시인과 화학자"라는 부분에서 눈이 번쩍 띄었다. 아무래도 화학관련을 전공했다보니 낯선 사막에서 오아시스라도 만난 기분이랄까. 시인은 화학을 공부한 사람은 아니지만 준(準)화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한다. 아마도 화학관련 사업을 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화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직과 같은 주기율표를 만든 멘델례에프. 그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 융합형 천재 과학자라는 것을 알았다. 러시아에서는 이혼후 7년이 지나야 결혼을 인정해주는데, 이혼후 재혼해서 중혼 상태에 있을때 비난을 받자 러시아 황제가 "그래. 멘델례예프는 두 명의 부인을 가졌지만, 나는 단 한 명의 멘델레예프를 가졌네"(p.174)라고 했단다. 황제도 아꼈을 만큼 그는 대단한 화학자였나보다. 아무래도 그가 궁금해진다.
아마 부두 노동자로 일했을 때였을까. 명태를 토막대는 일을 했을때, 환자들과 죄tn들은 4cm, 직원들은 5cm로 잘라 제공을 한단다. 1cm가 뭐라고 차별을 두었을까. 참 이나라는.(p.158) 이 부분은 참 씁쓸하다. 차별을 두는 것이 과연 명태 1cm만일까? 팬더믹으로 흉흉한 시대에 나랏일을 한다고 내놓는 정책들이... 참..
이 책은 흑백사진과 어우러져 고요한 느낌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당신은 나로부터, 떠난 그곳에 잘 도착했을까"라는 제목처럼 멀리 떠나간 당신의 안부를 걱정하듯 고요하기만 하다. '당신'이 연인이든, 나로부터 멀어진 내 꿈이었든, 잘 도착했다가 다시 잘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해져오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