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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 망가진 책에 담긴 기억을 되살리는
재영 책수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평점 :
나름 책을 좋아했지만 "책 수선가"라는 직업이 있단 말이야??라고 의문을 가졌었다. 하지만 수선을 해서라도 계속 가지고 있고 싶은 책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공감을 한다. 나도 어지간하면 책을 집에서 내보내지를 못한다. 바닥에 쌓여만 가는 책을 보면서 방정리를 할겸 책장을 들여놓았지만 어느새 그 책장 또한 넘쳐서 책들은 탑을 쌓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처분하고 싶지는 않다. 몽땅 다 끌어안고 싶은 마음뿐이다. 하지만 책때문에 집이 무너질수도 있다는 것에 동감한다. 서브책장으로 마련했던 아이가 책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살짝 휘어진 것을 보면 알겠다.
자주 이사 다니던 어린 시절에는 아마 짐정리를 하다가 꽤나 많은 책들을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간혹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고픈 마음에 헌책방을 돌아다니기도 했고, 부산에 꽤 큰 헌책방 골목이 있다해서 다녀오기도 했다. 결국에는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을 하긴 했지만 말이다. 비록 내가 읽은 버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시 읽게 되었다는 것에서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만약 나도 오랜 시간이 흐른뒤에 꽤 아끼는 책인데 상태가 매우 좋지 않는다면, 이제 이 책을 통해 "책 수선가"에 대해서 알았으니 망설임 없이 찾아가서 의뢰를 해야겠다.
책을 아끼는 방법들은 다양하다. 저자는 자신이 책을 읽을때 습관을 서술했다. "책에다 연필이든 볼펜이든 가리지 않고 마구 밑줄을 긋거나 메모와 낙서를 하는 건 기본이고, 읽던 곳을 표시할 때는 페이지 모서리를 접는걸 넘어서서 아예 페이지의 반을 접어 버린다. 책이 잘 펼쳐지지 않으면 책등을 꾹꾹 누르기도 한다. 뭘 먹던 손으로 책장을 넘기거나.....(p.26)"이 부분을 읽으면서 정말로 얼마나 경악을 했던지..나는 절대로 하지 않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도 익히 알았던지 "지금 한 문장 한문장이 끝날 때마다 분명 속으로 비며을 지른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미안해요(p.27)"라는 말을 한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각자의 방법이야 어떻든 간데 책사랑 하는 마음은 매한가지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 책에 소중한 추억이 있다면 다시 오랫동안 튼튼하고 아름다울 수 있도록, 특별한 감흥이 없다면 책수선을 통해 새로운 추억이 시작될 수 있도록, 재영 책수선은 언제나 망가진 책들을 환영하며 기다리고 있을테니(p.266)
이 이야기를 읽으니 마음이 편해진다. 오래되면 책이나 사람이나 고장나기 마련이겠지만 그에 담긴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았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