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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여 오라 - 제9회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
이성아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평점 :
제 9회 제주 4·3평화 문학상 수상작
몇해전 제주여행을 갔을 때, 제주 4·3 평화공원에 갔었다. 정확한 제주 4·3사건에 대해서도 그동안은 무지했고, 우연스레 읽었던 현기영 작가의 < 순이 삼촌 >이란 작품 때문에 그 곳을 가게 되었다. 그 때 그 평화공원에 크게 누워있던 비석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다. '언젠가 이 비에 제주 4·3의 이름을 새기고 일으켜 세우리라'. 언젠가... 그 언젠가라는게 받아놓은 날짜면 얼마나 좋을까. 참 그 거대한 국가폭력이라는게 우리나라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는 것에 참 마음이 씁쓸해진다.
2015년의 가을, 이숙은 자그레브로 여행을 떠났다. 독일 마르부르크에서 유학생활을 했지만, 그곳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간신히 벗어난 한국으로 다시는 돌아갈 마음이 없었지만 잠깐 다니러 온 한국에서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그게 20여년전 일이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조금씩 과거 일에 접근해가면서 국가라는 권력에 어떻게 개인이 희생되어 가는지를 볼 수 있는 그런 소설이었다. 이숙이 여행중에 만났던 젊은이들도 각각 다른 아픔을 간직한 채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조정래 작가의 < 한강 >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숙이 안기부에 끌려가 취조를 당할 때 < 한강 > 속 형제가 떠올랐다. < 한강 > 속에서는 독재정권 하였지만 이숙도 문민정부 하에서 자행된 일을 믿기 힘들었다. 하지만 꼭 그것은 어떤 체제이든 가능한 일이고, 알게 모르게 자행되어 왔다.
여행의 끝에 밤에 맞서 싸우겠다는 이숙의 결심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어둠의 터널을 지나면 언젠가 그렇게 아침이 올테니, 억울했던 지난날을 이겨내고 우뚝 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