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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이상하든
김희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1월
평점 :
"정해진이예요. 해바라기 할 때 '해'를 써요" 해진은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할 때 늘상 "혜진"이라고 잘못 부르지 않게 '해바라기 할 때 해를쓴다'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해진은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주인공 잭 니콜슨처럼 생활에는 규칙이 있다. 목조계단에서는 가장자리를 밟아 소리나지 않게 한다. 욕실에서도 꼭 양치질을 먼저하고 세수를 나중에 한다. 비누거품을 씻어낼 경우 물은 꼭 열아홉번 끼얹어야 한다. 더 적지도 많지도 않은 꼭 열아홉번이어야 한다. 그리고 길을 걸을때 절대로 맨홀뚜껑은 밟지 않는다.
해진은 학교를 자퇴했다. 학교에 다닐수가 없었다. 그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성격탓일까라는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하지만 해진의 비밀을 알고서 너무나도 마음아팠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살아가는 해진의 모습에 응원을 보내고 싶을뿐이다. 절대로 해진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잠들지 못해서 불면증 편의점을 확장하는 사장, 외출이 싫은 극작가, 비행기를 타지 못해 7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영국인, 우체통을 지킨다며 매일 편지를 써넣는 초등학생, 수녀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배우 지망생,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그림자 같은 만초. 혹시나 마지막에 식스센스급 반전이 있는 것은 아닌가 긴장하면서 읽어나갔지만 그냥 지극히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이다. 요즘 같은 세상 고민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까.
말하고 들어주는 힘, 그 힘은 때로 누군가를 살리기도 한다. 웃게 하기도 하고, 변화와 용기와 의지를 끓어내기도 하며, 지치지 않게 다독여주기도 한다. 웃는 이유가 아닌, 우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작가의 말 중, p.286)
이상하다기 보다 마음이 아팠던 해진이 제일로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인 것만 같다. 아니 우체통을 지키고 싶었던 다름이었을까? 꼬치꼬치 캐물으면서 남들의 아픔을 치유해주는 것만 같다. 어쩌면 우리가 세상사는게 힘든건 어렸을적 동심을 잃어버린 탓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