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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의 불편함
마리커 뤼카스 레이네펠트 지음, 김지현(아밀) 옮김 / 비채 / 2021년 11월
평점 :
2020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작이면서 그녀의 첫소설이다. 작가도 주인공 '야스' 처럼 오빠를 잃은 경험이 있다. 가족을 잃은 상실의 경험을 바탕으로 무려 6년에 걸쳐 집필한 소설이라고 한다.
나는 열 살이었고 더 이상 코트를 벗지 않았다(p.8)
이 문장으로 소설은 시작을 한다. 과연 야스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큰오빠 '맛히스'는 동네 스케이트 대회에 나가기로 되어 있었다. 같이 가도 되냐는 야스의 질문에 오빠는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오겠다고 하고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기전 야스에게 손인사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오빠의 마지막 인사였다. 오빠는 돌아오지 않았다. 호수 반대쪽 얼음은 너무 약했고, 오빠는 그렇게 가족 곁을 떠났다. 그 날 이후 야스는 코트를 벗지 않게 되었다.
어느날 갑자기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상실감.. 어린 야스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글을 읽으면서 사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이해했지만 야스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에 도달했을때, 충격적인 결말을 보고 나서 어리지만 형제를 잃을 야스의 상실감을 왜 진작에 깨닫기 못했을까 나를 책망했다. 아마도 야스의 부모도 그렇지 않았을까. 자신들의 상실감을 감당하기에도 벅차 미처 다른 아이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요즘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이 떠올랐다.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하며 여느날과 다름없이 문을 나섰지만 끝내 맛히스처럼 돌아오지 못했을 때, 그 소식을 전해들을 때의 그들은 어땠을까. 주변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잊을수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 소설을 완성하기까지 6년의 시간이 걸렸던 이유가 작가 자신의 경험때문에 힘들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한발 물러나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아니다. 이야기의 일부가 되어 생생히 경험하는 소설이다"라는 부커상 심사평은 이 책을 다 읽고나면 동의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