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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젠가
이수현 지음 / 메이킹북스 / 2021년 10월
평점 :
이 소설집은 「시체놀이」, 「유리 젠가」, 「달팽이키우기」, 「발효의 시간」의 4편으로 되어 있다. 단편에 좀 약한편이긴 하지만 이 소설을 꽤나 집중하며 재미나게 읽었다. 아무래도 판형이 작아 기존 단편보다 긴 느낌이 있어서 그런건지 아니며, 이야기 흡입력이 강해서인지, 현실을 잘 반영된 소설이어서인지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시체놀이」에서의 주인공은 반복되는 취업실패를 겪으며 시체역활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경제 호황기를 누리다가 하양길을 걷게 되는 시절의 공대생이었던 나는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다니던 그런 취업은 하지 않았다. 우연스레 샛길로 빠진것이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되었지만 프리랜서라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같기도 하다. 펜더믹 상황이 많은 변화를 가지고 온 것만 같다.
「유리젠가」는 로맨스캠에 대해 다룬다. 7년을 사귀었지만 어떤 믿음도 주지 않았던 소영은 그와 이별하고 우연히 자신의 sns에 메세지를 보낸 데이비드 킴과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된다. 얼마전 시사프로그램에서 보았던 것이 생각나서, 불안불안했는데 참 씁쓸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네 편의 단편중에서 사실 "유리젠가"라는 제목이 참 맘에 든다. 아니 공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 우리들은 다 이렇게 유리젠가를 쌓아놓고 하나씩 하나씩 블록을 빼가면서 위태위태한 현재를 살아가는 것만 같다. 하나를 잘못 빼도 금새 무슨 사단이 나지는 않겠지만 불안함 또한 무시 못한다. 그런 빈공간을 치고 들어오는 위험의 손길까지 참 세상 살아가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