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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가 말할 때 - 법의학이 밝혀낸 삶의 마지막 순간들
클라아스 부쉬만 지음, 박은결 옮김 / 웨일북 / 2021년 11월
평점 :
워낙 장르소설을 좋아하다 보니까, 법의학자 이야기도 꽤 관심이 간다. 내가 진로를 결정하기 전에 법의학자나 프로파일러등의 직업을 알았더라면 지금 다른 직업을 갖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에서야 직업을 바꾸기에는 너무나도 늦지 않았을까 한다. 저자가 말하는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꽤 인상깊었던 것은 독일의 "아우스빌둥"이라는 것이다. 이는 직업교육. 이론교육과 현장 실습교육으로 이루어져 있는 독일의 이원적 교육 시스템이다. 저자도 2번의 이 직업교육을 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것 같아 고민하다 늦은나이에 법의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제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실업계 고등학교가 그와 마찬가지일려나.
이 이야기는 저자가 법의학자로 일하면서 가장 인상적이고 비극적인 12편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쩌면 예전이라면 억울하게 묻혀버렸을 수 있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현재는 그들의 남겨놓은 진실을 추적하면서 진실에 많이 접근할수 있다. 특히나 12가지 이야기에서 '계단에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야기이다. 멜라니와 카를로스. 연인관계이나 멜라니는 한때 무직인 카를로스에게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고 무한한 애정을 주었었다. 하지만 카를로스는 멜라니에 대해 많은 것을 통제하려고 했다. 그녀는 이러한 간섭이 불편했지만 오랜시간 참아왔었다. 하지만 새로운 규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카를로스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카를로스는 그녀에게 알코올을 뿌리고 불을 붙혔다. 멜라니는 매우 고통스럽게 사망했고, 일이 수습되는 동안 자수를 한 카를로스는 그녀가 그럴일을 당할만 했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고 한다. 이것은 외국뿐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연이어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목숨 걸고 연애도 해야하고 이별도 해야하는 여성들. 어떻게 세상에 불에 타 고통스럽게 죽어야만 할 일이 있을까. 멜라니가 어떻게 죽어가게 되었는지 법의학자의 시선으로의 설명을 듣고 카를로스의 변명을 들으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범죄에 희생된 이야기도 있지만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살아 있는 자는 거짓을 말하고 죽은 자는 오직 진실만을 말한다"라는 말처럼 살아 있는 사람들은 자기 변호를 위해 거짓말을 일삼는다. 하지만 죽은자는 진실만을 말하고 있고, 법의학자는 그 진실을 들어주는 사람들이다. 어찌보면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죽은이들에게 귀를 기울여주는 참 매력적인 직업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