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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탄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
이수연 지음, 주노 그림 / 소울하우스 / 2021년 10월
평점 :
그냥 제목만 봤을때는 유쾌해 보였다. 왜 아니겠는가~ 번개탄에 고기를 구워먹는게 얼마나 맛있겠는가. 하지만, 번개탄의 출처를 알게된다면 더는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힘들었던 시절 죽으려고 번개탄을 샀었다. 번개탄을 피우다 잘못해서 집에 불이 날까봐 화로를 샀다. 번개탄을 피우고 수면제를 한웅큼 먹고, 방안의 틈은 모조리 막아 두었는데, 이대로 잠만 들면 될텐데.. 그런데 너무나도 지독하게 냄새가 나서, 다른 집에서 신고를 먼저 할 것 같아서, 일단 불을 껐다. 결국 죽는 것은 실패하고 그 번개탄에 엄한 고기만 구워 먹게 되었다.
작가 소개에 있는 작가 사진은 참 밝게 웃고 있더만, 읽다 보면 음.. 그랬구나.. 상처가 있었구나.. 하지만 잘 이겨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사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죽고 싶다'라는 생각을 안해본 사람들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저 사람은 절대 그러지 않을꺼라고 생각했을지라도 그건 어쩌면 가면을 쓰고 있어 미처 몰랐을것이다. 그럴때 건네는 무심한 위로가 도움이 될 수도 있을것 같다. 다른 이들과 함께 있을땐 티가 안났지만 혼자있을 땐 걱정거리가 얼굴에 나타나는건지, 학교에서 인사하며 지나치던 동기녀석이 갑자기 뒤돌아서 '힘든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라, 들어줄께'라는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되었던지. 한참을 지난후에 그때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고 뒤늦게 고맙다고 했는데, 녀석은 자신이 건넸던 위로도 기억을 못했다.
이 책은 그런 무심한 위로를 던지는 책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털어놓으면서 현실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건넨다. 때론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때론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사실 저자보다 한참 세상을 더 산 나이지만, 힘든이에게 어떤 위로를 보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세상을 더 살아본다면 알까? 어쩌면 조바심을 조금씩 내려놓으면 무뎌질까.
위로는 타인이 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신의 속에서 위로를 찾게 조금만 도와주면 사람은 자신만의 위로를 찾아내니까(p.253)
어쨌든 난 이 말에는 공감한다. 결국엔 위로는 내가 해야하는 것이다. 어쩜 이 책은 내 자신속에서 위로를 찾게 도와주는 존재인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