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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서 태어났지만 웃으면서 죽는 게 좋잖아 - 참 다른 우리의 남다른 죽음 이야기
정재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평점 :
1939년생 시아버지와 1986년생 며느리가 함께한 시간 6개월여 시간의 이야기이다. 사실 난 이 이야기를 읽으며 조금은 불편했다. 췌장암으로 시한부 삶을 살았던 시아버지의 마지막을 왜 며느리가 함께 해야만 했을까. 며느리로서 적었기에 남편의 분량과 남편의 누나와 여동생은 언급이 되지 않았었던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아들이 병수발을 들어야지라는 생각이었을까. 나도 엄마의 투병으로 종합병원에 드나든지 여러해가 되다 보니, 부모의 병수발은 아들이든 딸이든 자식이 해야지, 며느리와 사위의 몫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곤 한다. 점잖았던 시아버지가 수술로 인해 섬망증세가 찾아오고 투병의 고통으로 인해 조금씩 뜻하지 않던 모습이 생기게 되는 것을 왜 며느리가 감당해야만 하는 것일까. 가끔은 딸이기에 엄마의 고집을 꺽을수도 있고, 매몰차게 굴수도 있지만 며느리는 그 점이 쉽지 않다. 그야말로 수술 동의서에 사인도 할수 없는 관계인데 말이다. 왜 그렇게 아직도 우리사회는 며느리의 희생을 강요하는지 모르겠다.
아픈 노인을 이끌고 병원에 다니는 것은 참 힘들다. 아무래도 나는 경험중이다 보니 꽤 공감이 간다. 우선 병원에 가게 되면 거동이 불편하니 차는 필수고, 아무리 병원 부지는 넓다해도 주차는 힘든지, 한 사람은 주차를 하고, 한 사람은 휠체어에 태워서 접수하고 그야말로 007작전이 따로 없다. 나는 그나마 "종양내과"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이 책에 언급된 '속사포 진단'은 받아 본적은 없다. 그리고 이제껏 의료진들을 참 잘 만난 것 같다. 모두 다 친절하셔서 병원에 가는게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오래 병원에 다녀서 엄마의 주치의는 4번째 바뀌었는데, 모든 선생님들은 참 친절하시고 잘 설명도 해주시기는 했다. 노인성 질병이 꽤 두서없고 복잡하다 하지만 최근에 맡으신 선생님은 그래도 꽤 정확하게 진단하고 약처방도 해주신다. 하지만 제일 정없다. 원래 말투가 무뚝뚝한건지 모르지만 그냥 정없다. 속사포보다는 무감정이랄까.
인생의 말년에 누가 내게 닥칠일을 알것인가. 갑작스레 젊은 나이에 이별을 할 수도 있고, 또한 노년에 다양한 이유로 투병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제목처럼 웃으면서 죽는게 참 좋을것 같다. 늘상 인생의 마지막에서의 이야기를 읽으면 아무 의미없는 연명만을 위한 치료는 안해주었으면, 남겨진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