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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프리퀀시 ㅣ 트리플 9
신종원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평점 :
트리플 9번째 소설.
단편에 약했던 나임에도 불구하고, 트리플은 참 쉽게 읽었었다. 그런데 이번편은 조금 어려웠다^^;; 가끔 어려운 책도 있어야지 말이다.
이 책은 「마그눔 오푸스」, 「아나톨리아의 눈」, 「고스트 프리퀀시」, 에세이 「운명의 수렴」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해설을 읽어 봤지만 그래도 어렵다. 그래도 차근차근 따라간 이야기를 골라 보라고 하면 나는 「마그눔 오푸스」를 고르겠다.
「마그눔 오푸스」는 1938년생의 양계진씨는 손자의 태몽을 산모 대신 꾸었다. 꿈 속에서 그는 영롱한 비단잉어를 잡았다. 하지만 이내 들리는 목소리. "놓아주시오. 그는 용궁으로 가야하오", 그래도 놓지 않았던 잉어. 정작 부모에게는 비단잉어를 잡았다는 길조로 전달되어지고 손자를 얻게 된다. 양계진씨는 불치평을 앓고 있다. 손떨림과 근육 강직, 평형감각 상실등을 수반한 파킨슨병. 질병이 진행되면서 자꾸만 아득해지는 정신을 붙잡아주는 것은 약물이 아니라 손자의 손이다.
"다만 우리가 생명뿐 아니라 죽음마저도 훔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지금 내 옆에서 시들어가고 있는 신경 다발들을 두 손으로 붙잡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P.44)"
태몽으로 인해 운명을 훔쳐올수 있지만 차차 빠져나가는 기력은 어찌 할 수 없다는 그런 운명에 대해서 저자는 이야기를 하려 했을까. "마그눔 오푸스"란 말은 중세유럽의 연금술사에서 유래한 낱말로 납과 같은 것을 금으로 변형하는 일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래서 "위대한 일"이라고 번역한다고 한다.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는 어느 배짱 있는 사람은 태몽을 꾸게 될까? 그가 꿈에서 훔치게 될 보물은 무엇일까?(P.43)라고 하는데 우리들은 그 어떤 사람이라도 누군가의 보물을 훔쳐서 태어난게 아닐까. 그래서 세상에 태어난 일들이 위대했단 의미로 제목이 이러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죽음은 그 어떤 누구도 막을 수는 없는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