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 - 신라공주와 페르시아왕자의 약속
이상훈 지음 / 파람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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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복입은 남자 >를 꽤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다가 온라인 독서모임으로 함께 읽으면서 엄청난 스케일과 흥미로운 이야기에 마음을 홀딱 빼았겼었다. 그는 치밀한 역사적 고증과 문학적 상상력을 결합한 장편소설로 한국의 대표적인 역사 미스터리 작가이다. 이번 신작인 < 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 >는 신라와 페르시아의 오랜 역사적 인연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다. 페르시아라는 나라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나, 그 나라가 오늘날의 이란인지 또 신라와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몰랐다.(세계사에 약한 인간의 비애라고나 할까)

사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왜 우리나라를 이 작은 한반도에만 가둬놨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왜 우리 민족을 평가절하했을까. 이 소설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우리는 너무나도 서구화된 역사에 익숙해 있었고, 식민사관에 찌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래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들 하나보다. 스토리 뿐만이 아니라 과거 우리 역사까지 궁금하게 만드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혜초의 글들이 둔황 석굴에서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혜초는 역사에 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역사란 그런 것이다. 우리 모두의 삶이 역사가 되지만 기록이 없으면 그 삶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우리의 삶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사라지면 우리의 아름다운 삶도 사라진다. 거창한 역사적 기록이 아니더라도 혜초처럼 여행의 기록에 자신의 삶을 남기면 후세에 그것이 역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삶은 짧지만, 기록은 영원한 것이다.(p.276,277)

학창시절 혜초의 < 왕오천축국전 >을 열심히 외우기는 했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잘 알지 못한다. 당시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에 대한 유일무이한 기록이라고 인정되고 있다. 혜초도 이 소설에 등장한다. 프라랑 공주의 서신을 들고 페르시아 재건에 힘쓰는 아비틴과 페리둔을 만나러 간다. 실제 존재했던 인물들이 등장을 하면서 이 소설의 사실성은 극대화 된다. 비록 설화처럼 내려오는 이야기일지라도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상상은 충분히 독자들을 흥분시키기 마련이다.

아랍인들의 침략으로 페르시아 왕자 아비틴은 훗날을 기약하며 다른 나라로 몸을 피한다. 우연히 만났던 화랑 죽지랑과 의상대사와의 인연으로 신라까지 오게 되었다. 나당전쟁에서 신라를 도와 공을 세웠고, 그동안 흠모하던 프라랑 공주와 결혼을 허락받게 된다. 물론, 그들의 사랑은 이방인에 관대했던 신라인들도 한 몫했겠지만 요석공주의 공도 있었다. 그들의 아들인 페리둔이 10살이 되던 해, 아비틴은 페르시아를 침략한 아랍인들을 몰아내고 나라를 찾으려 신라를 떠나면서 프라랑 공주와 이별을 하게 된다.

사실 허왕된 이야기 아니야, 그냥 소설속 이야기야라고 치부해버릴수도 있는 이야기이지만,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어 오던 이야기가 11세기경 이란의 한 대학자가 편찬한 페르시아 서사시 < 쿠쉬나메 >에 전하는 이야기를 보면, 정말로 있음직한 이야기, 혹은 사실이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어쨌든 이 이야기는 신라에 대한 관심과 페르시아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고, 한반도에 국한시키려고 했던 내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더 대단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음을 깨우치게 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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