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시집을 읽을때마다 하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정말 시를 모른다. 어떻게 읽어야 할지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할지 잘 모른다이다. 그야말로 시집을 읽으면 말 그대로 글자 그대로만 읽을 뿐이다. 그래서 시집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 편이다. 그러니 더더군다나 50년 가까이 사랑 받아온 정호승 시인의 대표 시선집을 손에 들고 있어도 마치 개발에 편자를 댄 것처럼 어울리지 않으면 어쩌나 했다. 하지만 그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이 시선집은 무난히 읽을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그리고 이 책 마지막의 해설은 아직 읽지 않았다. 시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그냥 내가 느낀대로 리뷰를 적고 싶었다. 가뜩이나 시를 어려워 하는데, 다른 이들의 해설을 읽으면 그나마 느낀 - 대단하지는 않지만 - 내 감정들이, 마치 학창시절 이 시에서는 꼭 그리 느껴야만 하는 것처럼 강요받는 것 같아서라고 핑계를 좀 대본다.
1973년 등단해 사랑받아온 정호승 시인의 시인의 대표작 275을 엮은 시집이다. 총 7부로 나뉘어서 시를 실었는데, 1, 2부를 읽을 때는 마치 역사책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읽다보면 말로만 들었던, 혹은 옛 서울역앞 풍경이든 머리속에 그려진다. 특히나 「어느 어머니의 편지」에서는 독재에 맞섰던 아들을 떠나 보내고 그를 그리워하는 애틋한 모정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아마도 내게도 아이가 없었더라면 이해하지 못했을 그런 애틋함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