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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 고민 상담부 나의 괴물님 ㅣ YA! 1
명소정 지음 / 이지북 / 2021년 7월
평점 :
"지우고 싶은 기억들, 내가 다 먹어줄게"
그러면 좋겠다. 나는 가끔 나쁜 기억들을 꺼내어 나를 괴롭히는 못된 버릇이 있다. 잊고 싶은 기억들을 누군가가 먹어주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여기 나오는 화괴가 내 기억을 먹어주면 안될까. 하지만, 기억을 잃는다는 건 그와 얽힌 사람들의 관계까지 지워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 등장하는 권다경과 서별처럼 말이다. 나름의 이유로 혼자인 것을 즐겼던 둘은 별이의 자살시도와 그것을 목격했던 다경의 충격으로 고민상담부의 도움으로 다경과 별이는 차례대로 그 사건을 지우게 된다. 하지만 서로의 존재도 모르게 되어 버린다. 동시에 잃었으면 좋았을텐데, 뒤늦게 기억을 지우는 걸 선택했던 별이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다경을 볼때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 이야기의 시작은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고등학교에서 도서부장인 세월이가 국어선생님을 대신에 도서관 업무를 대행하면서이다. 자꾸만 사라지는 책들. 누군가 몰래 가져가지도 않는데도 불구하고 책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얼마후 그 존재를 알게된다. 늦은밤 도서관에서 책을 먹고 있던 괴물. 바로 임혜성이다. 금방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그런 모습을 보고도 세월은 당당(?)했다. 인간세계에 숨어 들어온 혜성은 기억을 지울수 있는 능력을 지닌 괴물이다. 혜성으로부터 책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세월은 그와 함께 남의 고민을 먹을수 있는 고민상담부를 만든다. 얼마후 혜성의 본모습을 알아보고 찾아온 소원. 그는 위험하다고 세월이에게 경고하는데..
여기 등장하는 아이들의 고민은 대부분 청소년기에 겪음직한 것들이다. 세월이 변해도 고민은 변하지 않는구나. 고민이 변하지 않고 누구나 어른이 되면 자신의 청소년기를 잊는 것일까. 어른들의 기억을 먹는 괴물은 따로 있는 것일까. 이 이야기 속에서 가장 흐뭇했던 이야기는 세월이와 혜성이의 변화였다.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지 못했던 세월이와 혜성이가 부쩍 성장을 해나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 두 사람의 성장과정을 함께 하고싶다면 적극 추천한다. 그리고, 어른들도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잊었던 청소년기의 고민을 기억해내길.. 그래서 아이들에게 더이상의 고민거리를 안겨주지 않기를 바란다.